이 펀드는 여성참여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우수한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국내기업을 선별해 투자한다. 지난해말 기준 카카오, SK하이닉스 등 29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더우먼펀드'는 단순히 여성차별을 없애야한다는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문화의 변화를 넘어서 수익까지 내야 하는 금융투자상품이기 때문이다. 박정임 펀드 책임매니저는 "국내에서 10~15년간 훈련받은 직원들이 진정한 매출을 창출한다"며 "그런 직원들이 출산과 육아 등을 이유로 회사를 떠나면 기업입장에서 수익이 낮은 투자다. 기업인재들이 떠나면 주주입장에서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펀드철학은 다양성과 유연성 두 가지다. 기업내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임원들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다양성은 유연성을 파생시킨다. 경직된 사내문화는 빠르게 변하는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질 때 기업가치와 주가가 올라 궁극적으로 수익창출에까지 이른다는 구상이다.
◇여성친화?…기준은 무엇인가
우선 여성직원 및 임원비율, 여성의 임원진급률, 남녀 근속연수 및 급여차이 등을 기본지표로 사용한다. 아울러 대개 여성들이 많이 배치된 백오피스가 아니라 매출창출 부서인 프론트오피스의 여성비중 등 IR(기업설명) 담당자 인터뷰를 통해 투자대상 기업들을 평가한다. 메리츠운용은 '자산운용보고서'를 통해 펀드편입 기업들의 펀더멘탈과 양성평등 관련 내용을 상세히 분석해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규편입한 고영테크놀러지에 대해 "고영의 지난 5년 간 신입사원 여성비율이 2016년 12%에서 2019년 35%로 증가했으며 머신비전(machine vision)과 소프트웨어를 전공한 여성 엔지니어들이 많이 입사해 남녀입금격차가 점차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통적으로 남성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IT/소프트웨어 산업에도 임신·출산·육아 등과 관련해 유연성 있는 환경이 주어지면 높은 생산서을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펀드 아닌 회사…투명성과 독립성 지킨다이 펀드는 특이하게 신탁형 수익증권의 형태가 아닌 회사형으로 운영되는 뮤추얼 펀드구조를 도입했다. 펀드가 자체로 하나의 회사가 되는 구조로 자체 이사회도 따로 구성해 펀드를 관리한다. '더우먼펀드'의 공식명칭이 '메리츠더우먼증권투자회사'인 이유다.
독특한 구조를 도입한 건 독립성과 투명성 때문이다. 경영진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 등으로 임의로 없애는 펀드가 많아 이를 제도적으로 차단한다는 설명이다. 정기적으로 이사회를 개최해 업무 진행상황과 운용내역 등을 보고해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책임매니저도 이 투자회사에 고용된 형태로 펀드목적에 맞지 않는 투자를 할 경우 해당 이사회가 펀드매니저를 교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수익률은?
가장 중요한 수익률은 어떨까. 지난해 말 메리츠운용의 자산운용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1월1일 설정 이후 펀드수익률은 6.74%(A클래스 기준)이며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는 6.1% 올랐다. 벤치마크(참조지수)를 0.64% 포인트 상회한 수준이다.
운용사 측은 장기적인 기업문화 개선을 목표로 한만큼 단기수익률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 14일 기준 펀드설정액은 32억원 수준이다. 총보수는 1.24%(온라인전용 A클래스 기준)로 이중 운용보수가 0.95%를 차지한다.
보유주식들을 살펴보면 카카오가 전체의 6.1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SK하이닉스(5.92%) △삼성전자우(5.67%) △SK텔레콤(5.05%) △하나투어(4.93%) △신세계인터내셔날(4.84%)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