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치닫는 배터리 소송戰…극적 합의 나올까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2020.02.1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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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2보)美ITC '조기패소 판결'로 LG 유리해져…SK이노 "이의절차 진행"

LG화학,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 일지.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LG화학,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 일지.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LG화학 (439,500원 ▼500 -0.11%)이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배터리(2차전지)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 (116,300원 ▼2,100 -1.77%)이 이의절차를 진행키로 하면서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양사 모두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미국 내 최종 판결 전 극적 합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LG전자의 입장을 받아들여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렸다. 이로 인해 다음달 초로 예정된 SK이노베이션의 변론 절차는 생략된다. 오는 10월5일까지 나오게 될 최종결정만 남은 것이다.

양사의 배터리 소송전은 지난해 4월 시작됐다. LG화학이 인력 빼가기를 통한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제소하면서다.



2017년 이후 2년간 LG화학 배터리 인력 76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데 대해 '인력 빼가기'라는 LG화학과 '자발적인 이직'이라는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이 맞섰다. 이후 양측이 차례로 '특허 침해' 제소를 내면서 법적 분쟁이 격화돼왔다.

LG "공정 소송 방해에 유감" vs SK "이의절차 진행"
LG화학 오창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LG화학LG화학 오창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LG화학
이번 조기패소 판결은 지난해 11월 LG화학이 ITC에 요청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 전후로 관련 증거가 될 만한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는 게 이유였다.


LG화학은 16일 ITC 판결과 관련해 "공정한 소송을 방해한 SK이노베이션의 행위에 유감"이라고 강조한 뒤 "이번 판결은 소송 전후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에 의한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모독 행위 등에 법적 제재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적인 사실 심리나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LG화학의 주장을 인정해 예비결정을 내렸다"며 "남아있는 소송 절차에 끝까지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SK이노베이션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소송 시작 후 법적인 절차에 따라 충실히 소명해왔는데 우리 주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ITC로부터 공식적인 결정문을 받아야 구체적인 결정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결정문을 검토한 뒤 향후 법적으로 정해진 이의절차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화 가능성 열어둔 배터리 전쟁…극적 합의 나올까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관련 사진.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SK이노베이션 배터리 관련 사진.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LG와 SK의 배터리 전쟁은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최종 결론은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우선 한국 정부와 청와대는 전기차 배터리를 반도체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어 국익 차원에서 접근하는 모습이다. 양사의 갈등이 국가 산업경쟁력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달가울 게 없다. 미국 대통령 대선을 앞두고 투자유치와 일자리 확대가 필요한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 LG와 SK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종 판결 결과에 따라 배터리 투자나 일자리가 위축될 수 있어서다.

물론 양사 모두 대화 가능성을 닫아둔 건 아니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소송의 본질은 지식재산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보호하는 것이고 이 때문에 남은 소송 절차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대화의 문도 열려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도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관계이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도 양사의 극적 합의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ITC 소송은 민사 사건인 만큼 당사자 간 합의로 종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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