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두 가족 망하게 한 '대만 카스테라'…소송 결과는?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0.02.1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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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포스터기생충 포스터


외국어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엔 대만 카스테라 사태가 두 가족을 가난하게 만든다는 설정이 제시됐다.



기택(송강호 분) 가족과 문광(이정은 분)내외를 경제적으로 힘들게 만든 '대만 카스테라' 프랜차이즈 사태는 실제 2가지 형태의 소송으로 이어졌다.





먼저 가맹점주들이 프랜차이즈 본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있다. 가맹점주 A씨와 B씨 등 2명이 대만 카스테라 본사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했다.



이들은 2017년 2월 중순 '대왕 카스테라' 가맹사업자 중 하나인 '대만언니'와 가맹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한 달 후 채널A의 '먹거리 X파일'이라는 프로그램은 '대왕 카스텔라 열풍의 두 얼굴'이라는 제목의 방송에서 대만산 대왕카스테라가 화학첨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허위 광고를 하고, 식용유를 과다 사용한다는 내용을 내보냈다.



◇대왕 카스테라 개업 한 달만에…'먹거리X파일'로 휘청





방송직후 대만언니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만 카스테라 프랜차이즈 가맹점 매출은 급감했다. 가맹점주들은 가게를 접고 가맹본부를 상대로 "가맹금을 돌려주고, 위약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소송을 냈다.



핵심 쟁점은 '화학첨가제가 들어갔음에도 이를 넣지 않았다고 허위 광고한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였다. 가맹계약서엔 "한 쪽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영업일수 1년 미만인 경우 최초 오픈일부터 해지일까지의 월 평균 매출액의 10%를 위약금으로 지급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가맹본부 귀책사유가 인정되면 이 조항에 따라 가맹점들이 위약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A씨와 B씨는 "대만언니 측이 제품에 화학첨가물이 사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광고하게 하고, 이러한 사실이 먹거리 X파일을 통해 드러나 막대한 타격을 입게 돼 가맹계약은 가맹본부의 귀책사유로 해제 또는 해지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가맹본부 측은 "가맹점주들에게 화학첨가물이 사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광고를 하도록 지시한 바 없고 일부 가맹점주가 허위사실을 광고한 것일 뿐"이라며 맞섰다.



1심에선 가맹점주들이 승소해 돌려받은 돈은 각각 1300만원, 1100만원이었다. 2심에서도 가맹점주들이 이겼고 추가로 각각 308만원씩을 더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2심 법원은 일부 가맹점에서 화학첨가물 사용 여부에 대한 허위광고물이 게시된 데엔 가맹본부 귀책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가맹본부가 점주들에게 광고업체를 소개해 이러한 광고물이 제작됐다면, 본사가 광고문구 가운데 허위 부분을 걸러낼 책임도 있다는 취지다.



법원은 위약금 외에 가맹점주들의 가맹금 반환청구도 인정해줬다. 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가맹사업법)은 프랜차이즈 정보공개서를 가맹희망자에게 제공한 날로부터 14일이 지나기 전 가맹금을 수령하거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위반한 경우 가맹점주는 계약체결일로부터 4개월 내에 가맹금을 반환하라는 요구를 할 수 있다.

A씨와 B씨는 정보공개서 제공 당일 가맹계약을 체결했다. 법원은 14일이 지나기 전 계약 체결은 법 위반이라며 본부가 가맹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봤다.

'기생충' 두 가족 망하게 한 '대만 카스테라'…소송 결과는?
◇열 받은 본사, '먹거리X파일'에 손해배상 청구했지만…

'먹거리X파일' 보도와 관련해 가맹본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도 있었다.

대만 카스테라 가맹본부 중 하나인 D사는 '먹거리X파일'의 방송사 채널A와 제작 PD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산상 손해 2억원과 위자료 1억원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D사는 "허위사실을 보도했으니 매출 감소로 인한 재산상 손해 2억원과 위자료 1억원 등 총 3억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대만산 카스테라가 화학첨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허위 광고를 하고, 식용유를 과다 사용한다는 내용의 방송내용이 '허위 보도'라는 게 D사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버터 대신 식용유를 사용하는 건 원가 절감을 위한 것으로 비정상적'이라고 내용으로 허위 보도했다는 D사 주장에 대해 "그런 단정적인 표현은 방송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식용유를 사용하는 건 비정상적'이라고 암시했다고 해도 이는 방송의 주관적인 평가나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단순한 의견 개진만으로는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가 저해된다고 할 수 없고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도 성립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식용유와 지방의 함유량이 과다하다'는 방송내용도 허위라는 D사 주장에 대해 "많고 적음은 상대적인 개념이라 증명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며 "'식용유와 지방이 과다하다'는 표현도 주관적인 평가나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배우 故 김영애 발인이 서울 서대문구 연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배우 故 김영애 발인이 서울 서대문구 연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고(故) 김영애의 '참토원 황토팩' 사건도

2017년 췌장암으로 사망한 탤런트 김영애씨가 운영하던 참토원의 황토팩 사건도 대만 카스테라 사건과 유사한 면이 있다. 연 170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황토팩 사업은 이영돈 PD가 진행하던 KBS '소비자 고발'이 황토팩 속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방송하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참토원 측은 이영돈 PD를 비롯해 KBS와 제작진을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방송제작진 손을 들어줬다.

형사소송에서 1심은 "(중금속이 들어있다는)보도내용은 허위사실이지만 피고인(방송사 등) 입장에서 보도내용을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보도내용이 일부 사실과 다르지만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보도목적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무죄를 유지했다. 대법원도 무죄를 확정했다.

손해배상 민사소송에서도 1심에선 1억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있었지만, 이후 방송제작진의 명예훼손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참토원 측이 패소했다.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만 법원의 방송금지 결정을 무시하고 방송을 강행했던 제작진에게 3억원을 참토원 측에 지급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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