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임성근 무죄…검찰 "법관들도 수긍 못할 것" 반박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20.02.1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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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위헌·위법은 맞는데 직권남용죄 아냐"…검찰 "직권 남용 결과와 남용된 직권 자체와 혼동"

임성근 전 부장판사/사진=뉴스1임성근 전 부장판사/사진=뉴스1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데 대해 검찰이 "직권남용죄 법리를 근본적으로 오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14일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법원은 피고인이 위헌·위법하게 재판에 개입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에게 재판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이 없으므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서 "하지만 그와 같은 판단은 직권남용죄 법리를 근본적으로 오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다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법원행정처 지시를 받은 임 부장판사가 사건 담당 재판장에게 선고 직전에 '세월호 7시간 행적' 기사가 허위라는 점을 강조하도록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런 '중간 판단' 요청은 그 자체로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절차 진행을 유도하는 재판 관여 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또는 침해 위험이 있는 위헌적 행위"라면서도 "위헌적 불법행위로 징계 등을 할 수 있을지언정 죄를 물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불법 집회 관련 판결 이후 재판장에게 양형 이유 중 민감한 표현을 수정하게 한 혐의와 원정도박 사건에 연루된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오승환 씨를 정식재판에 넘기려는 재판부 판단을 뒤집고 약식명령으로 사건을 종결하도록 종용한 혐의도 행위 대부분이 사실로 인정되지만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재판 간섭' 자체가 임 전 부장판사가 맡고 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직권에 속하는 일이 아니라고 봤다. 또 직권에 속하는 일이라도 해도 임 전 부장판사가 시켜서가 아니라 담당 재판장들이 재판부 합의에 따라 독자적으로 결정을 바꾸기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범죄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이 나오자 사법부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형사수석부장이 소속 법관의 재판에 개입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며 "오히려 본건은 형사수석부장인 피고인이 재판 사무감독권 등 사법행정상 지휘, 감독, 지시, 명령권을 갖고 있음을 기화로 이를 남용해 소속 법관에게 중간판단 구술, 판결 이유 수정, 통상회부 번복 등 위헌·위법한 지시를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재판에 개입해 법관의 재판 독립을 중대하게 훼손했다는 것"이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직권이 남용된 결과를, 남용된 직권 그 자체와 혼동한 것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번 판결의 논리에 따를 경우 법원행정처, 법원장, 형사수석부장이 정치적 고려 또는 당사자측의 청탁을 받아 소속 법관에게 재판 결론(주문), 판결 이유 등을 변경하도록 하는 위헌·위법한 지시를 해 소송당사자인 국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전혀 처벌할 수 없는 기이하고도 위험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상 재판 독립 원칙을 지켜가면서 묵묵히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대부분 법관들도 그와 같은 결론을 전혀 수긍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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