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열심히 보면 돈 벌 수 있나요?"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20.02.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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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의 머니뭐니]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뉴스를 열심히 보면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얼마 전 만난 투자자가 기자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부끄럽지만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경제기자로 15년 넘게 현장을 지키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독자들의 투자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본의와 달리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드렸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과거를 떠올려 보면, 언론은 '뒷북'을 많이 쳤습니다. 시장이 분위가 좀 '간다' 싶으면 어김없이 '코스피 3000 시대'가 지면을 장식 했습니다. 특정 금융상품이 인기를 끌면 '유망자산' 이라는 보도가 쏟아집니다. 많은 투자자들을 고민에 빠뜨린 '브라질 채권'도 대표적 사례입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저서 '비이성적 과열'에서 "투기적 버블의 역사는 신문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뉴스 매체가 우리가 목격하는 주식시장의 투기적 사건들이 발생하는 환경을 창출해 낸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솔직히 신문사에 근무하는 사람 입장에서 그리 마음에 드는 말은 아닙니다.



폭락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쉴러 교수는 "주식시장 폭락을 보도하는 뉴스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아 더욱 비관적인 요인을 드러내도록 한다"고 지적합니다. 사실 폭락장에 쏟아지는 뉴스들을 보고 있으면 시장이 계속 추락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br>블룸버그 사진 / 사진제공=차예지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br>블룸버그 사진 / 사진제공=차예지
도대체 왜 언론은 '앞북'을 치지 못하는 걸까요. 독자들이 기사를 보고 돈을 벌 수 있으려면 아직 대중이 주목하지 않는 내용이나 시각을 찾아내 알기쉽게 소개해야 할텐데요.


현장의 기자들은 매일 시장 플레이어들을 접해 이야기를 듣고 기사거리를 찾습니다. 그러다보니 시장의 생각, 즉 '대중적 시각'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군중 심리가 되면 문제가 됩니다. 이성적 판단 대신 분위기에 휩쓸리면 대부분 결과가 안 좋습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만났던 한 금융시장 취재원이 "내부적으로 분석해 본 결과 코스피 지수가 40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시장이 극단적 공포감을 느낄 때 어떻게까지 생각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코스피는 890선에서 추락을 멈추고 반등했습니다.

"뉴스 열심히 보면 돈 벌 수 있나요?"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답답한 마음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뚫어줬습니다. 아카데미상을 4개나 휩쓸면서 시장도 환호했습니다. '기생충 관련주'에 대한 기사도 쏟아졌습니다.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의 주가는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지난 10일부터 4거래일 동안 무려 147.8% 올랐습니다. 투자사 등의 주가도 상한가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지난 14일 이들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단기간에 너무 올랐기 때문일까요.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속상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뉴스를 접하실 때 무엇보다 독자 자신의 생각과 관점이 중요합니다. 기사를 우선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해당 팩트 자체가 맞다면 이것을 어떻게 해석할 지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언론도 해설기사를 통해 친절하게 사안을 알려드리고자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게 과연 진짜 '호재'인지 '악재'인지, 적절한 타이밍인지 판단하는 것은 독자의 몫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기사를 쓰는 기자 중 일부러 '가짜뉴스'를 만들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다만 그 이슈에 얼마나 고민을 했고, 이에 대해 제대로 아는 취재원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았느냐에 따라 기사가 달라집니다. 그런 기사를 찾으십시오. 분명히 돈을 버는데 도움이 되는 기사는 있습니다.

임동욱 머니투데이 머니팀장(차장)임동욱 머니투데이 머니팀장(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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