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정정) … 임미리 교수는 특정 정치인의 씽크탱크 출신”(14일 오전 10시27분 민주당 공보국)
관심사는 ‘왜’였다. 국회 관계자와 기자들은 이 대표가 임 교수를 고발한 이유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대표가 순간 판단력을 잃었다”, “이 대표는 몰랐을 것”, “몰랐다면 더 문제” 등 내용 없는 분석이 나오는 수준이었다. 임 교수가 과거 안철수 씽크탱크 소속이었다는 사실이 언급되기도 했으나 “에이 설마”라는 목소리에 묻혔다.
# 다음날인 14일. 의문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민주당은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임미리 교수는 안철수의 씽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이라고 밝혔다.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과거 임 교수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간 관계를 강조했다. 불과 10여분 후 ‘안철수’를 지운 정정 문자를 보내긴 했지만.
민주당 내 잔존하는 ‘안철수 트라우마’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는 평이다. 민주당의 열성 당직자들 사이에서 안 전 대표는 때때로 ‘금기어’로 여겨진다. 이들은 안 전 대표가 “내용이 없다”는 대중적 수준의 비판하다가도 술이 한 두잔 오가면 대체로 안 전 대표의 탈당 이력을 문제 삼는다.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015년 7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열린 '최고위원-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연석회의에 참석하는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위원장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 뉴스1
안 전 대표는 탈당 때는 물론 19대 대선에서도 민주당 대표를 역임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맹렬히 비판하면서 탈당 명분을 구축하는 데 힘썼다.
이해찬 대표와 악연도 있다. 안 전 대표는 2012년 11월 대선 단일화 협상에서 당시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퇴진을 사실상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른바 ‘친노(때론 친문) 9인방’에도 불똥이 튀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전해철 의원,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정태호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윤후덕 원내수석부대표, 박남춘 인천시장,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소문상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등 현 여권 핵심 실세 다수가 당시 ‘친노 9인방’으로 꼽혔다.
#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우려가 적잖다.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할 집권 여당이 근시안적 사고로 과거에 매몰됐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점에서다. 임 교수 고발 건을 두고 진보·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고 “뒷끝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대표의 인사 방식을 두고 “끝까지 믿는다”와 “쓰는 사람만 쓴다” 식의 평가가 나온다. 다른 듯 하지만 본질은 같다. 이 대표가 최측근이나 당내 열성 지지자에서 벗어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쪽으로 갈 수 있을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