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7가지 방법

머니투데이 권성희 콘텐츠총괄부국장 2020.02.1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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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투자노트]

아들을 키우며 많이 했던 말 가운데 하나는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벗은 옷은 옷걸이에 걸어둬라.” “엄마가 옷 걸어두랬지?” ‘아니 얘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옷 걸어두랬잖아!“

“게임 좀 그만해라.” “게임 그만 하랬더니 아직도 해?” “야, 몇 번을 말해? 게임 그만하라고.”



나의 아들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는 걸까. 답은 한 번만 말해도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아들은 귀가 먹지도 않았고 말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지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몇 번을 말해도 말한 대로 따르지 않는 것은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어차피 다시 입을 옷, 왜 걸어야 하지?’)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다.(‘게임 그만해야 하는데 너무 재밌잖아.’)



이럴 때 말은 아들을 움직이지 못한다.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몸이 움직일 때까지 침묵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다. 말을 더 해봤자 잔소리가 되고 서로 짜증만 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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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아껴야 무게가 생긴다. 나는 아들을 키우며 같은 말을 너무 많이 했다. 그러니 한 번의 말이 갖는 힘이 점점 더 떨어져 효력을 잃어갔다.

말이 힘이 있으려면 말을 줄여 무게를 키워야 한다. 독일의 소통 전문가 코르넬리아 토프의 ‘침묵이라는 무기’라는 책을 바탕으로 침묵을 통해 말의 힘을 키우는 방법을 정리했다.


1. 침묵도 소통이다
침묵으로도 우리는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침묵이 말보다 더 강력한 소통 수단이 될 때도 있다.

첫째는 “너무 많은 말이 오가서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을 때”다.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니 간극이 전혀 좁혀지지 않을 때, 이 때는 입을 닫고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건설적 침묵의 시간을 가지면서 이견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둘째, 위로해야 할 때다. 깊은 좌절이나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에겐 어설픈 위로의 말이나 조언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조용히 마음으로 공감해주는 것이 최고의 위안이 될 수 있다. “침묵은 이해와 공감을 표하는 강력한 방식”이다. ‘암묵적 동의’란 말도 있지 않은가.

셋째, 짜증 나게 하는 상대에겐 말로 대응해봤자 싸움만 된다. 공격적 침묵으로 당신과 말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삽화=김현정 디자이너/삽화=김현정 디자이너
2. 즉답은 금물이다
말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너무 빠른 것도 문제다. 어떤 부탁을 받거나 지시를 받을 때 즉각 “알겠습니다” 하면 당장은 상대방을 기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솔하게 대답했다 후에 크게 후회할 수 있다. 이럴 때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조금 시간을 주시면 잘 살펴보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가 정답이다.

도발적인 질문이나 곤란한 질문에는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미끼를 물듯 덥석 대답해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우리는 OX 퀴즈대회에 나간 것이 아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대답할 자유가 있다.

3. 말과 침묵의 3:1 황금비율을 지킨다
침묵은 말보다 3배 더 길어야 한다. 말을 30초 했다면 1분30초는 입을 다문다. 그 침묵의 시간은 상대방이 생각하거나 말하는 시간이다. “이해와 공감과 동의는 말에 이은 침묵에서 더 많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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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스톱-고(Stop-Go)를 생각한다
말하는 중에도 잠깐 멈춤이 필요하다. 예를들어 부하 직원을 야단칠 때 ‘다다다다’ 쏘아대면 부하 직원은 뭔 말을 했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체 기분만 나쁠 수 있다. 대신 “오늘은 (멈춤) 좀 안 좋은 (멈춤) 말을 하려 해요.(멈춤)” 이런 식으로 적절하게 중간중간 쉬어준다,

잠깐 멈춤은 사람의 심리를 장악하고 말에 무게를 실어준다. 꺼내기 어려운 말일수록 간략한 말과 효과적인 멈춤의 조합이 필요하다. 듣기 싫은 말을 길게 듣고 싶은 사람은 없다.

5. 듣기 싫은 말에는 선별적 침묵으로 대응한다
비꼬는 말이나 불평하는 말, 야단 치는 말, 화 내는 말 등 듣고 있기 힘든 말인데 관계를 깰 수 없어 공격적 침묵으로 대응할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는 도발적인 말, 쓸데 없는 말에는 침묵하고 대답이 필요한 말에만 반응을 보인다.

예를 들어 상사가 흥분해서 야단칠 때 화가 나서 하는 말에는 침묵하고 업무적으로 설명이 필요한 말에만 대답하는 것이다. 또 부모님이 불평하면서 잔소리할 때는 침묵하되 질문이나 분명한 요구에 대해서만 답한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잠시 참으며 도발에 침묵하면 편안히 지나갈 일이 맞받아 일일이 말하려다 보면 갈등만 커지고 두고 두고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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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말한다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이 아니다
흔히 수다를 떨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한다. 하지만 벨기에 루뱅대학의 엠마뉘엘 제크와 베르나르 리메가 연구한 결과 트라우마를 털어놓아도 생리적으로 스트레스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어려운 일을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말을 해도 그 어려움으로 인한 상처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는 말보다 침묵 속에 혼자 일기를 쓰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7. 침묵이 어색하다고 말을 짜내지 않는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직장 상사와 만났다면 난감하기 그지 없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스트레스 지수는 올라간다.

이 때 침묵을 깨겠다고 아무 말이나 하지 말라. 그저 침묵을 받아들이고 조용히 있는 것이 낫다. 이런 순간은 상사 입장에서도 편치 않다. 이럴 때 센스 있는 상사라면 “내가 스마트폰으로 보던 게 있어서 그런데 계속 좀 보겠네”라고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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