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봉준호의 ‘오스카’, 이자스민의 ‘이민청’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0.02.15 06:04
의견 남기기

글자크기

[the300][정론관]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이자스민 정의당 이주민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8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열린 정의당 고병수 예비후보 이주민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0.1.8/뉴스1(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이자스민 정의당 이주민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8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열린 정의당 고병수 예비후보 이주민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0.1.8/뉴스1




이자스민 정의당 이주민인권특별위원장의 4년은 짧았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끝낸 게 2016년 5월. 그동안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다문화 가정 지원 활동에 집중했다.

이주민을 위한 꿈드림학교를 운영했고, 각종 강연을 하는 등 열심히 살았다. 언론엔 등장하지 않았다. 조용히 다문화 정책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러다 같은 이주민 출신 동료들로부터 따끔한 지적을 받았다.

"이자스민 당신이 전면에 나서야 우리들의 삶이 바뀌지 않을까요?"



이 한마디가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다시 정치를 시작한 계기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정의당을 선택했다.

19대 국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한 게 영향을 미쳤다. 심 대표는 당시 당은 다르지만 이 위원장에게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했다고 한다.

정의당에서 오는 4월 총선을 준비하는 이 위원장은 ”지난 4년간 대한민국은 바뀐게 없는 것 같다“고 한다.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여전해서다. 이주민 숫자는 4년전과 비교해 100만명 가까이 늘어난 250만명 이상이다. 물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 등을 감안하면 더 많다.

이 위원장은 2011년 영화 ‘완득이’로 얼굴을 알렸다. 영화배우에 국회의원까지 좋은 스펙을 갖췄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편하게 살 수 있다. 굳이 욕 먹으면서 살 필요가 없다. 정치인이 되면 또 욕을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 기사엔 수천개의 악플이 달렸다. 이 의원은 의연했다.

"악플이 달린다는 건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 아닐까요? 제가 계속 정치를 해야 사람들이 이주민에 관심을 가져줄 것 같아요."

이 위원장은 새누리당 시절 ‘이민사회기본법’을 발의했다. 외국인 관련 각종 위원회를 통합한 이민사회정책위원회를 만든 후 장기적으로 이민청이나 이민부로 조직을 확대해야한다는 게 골자다.

이민청 설립은 이 위원장의 꿈이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박근혜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졌다.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자스민 전 의원 정의당 입당식에서 이 자스민 전의원 손을 잡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18대 국회 때 이자스민 전 의원과 상임위에서 함께 일한 일화를 소개'했다. 2019.11.11/뉴스1(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자스민 전 의원 정의당 입당식에서 이 자스민 전의원 손을 잡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18대 국회 때 이자스민 전 의원과 상임위에서 함께 일한 일화를 소개'했다. 2019.11.11/뉴스1
하지만 의원들의 무관심으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선 다문화가정 지원법 등 개정안 중심의 법안이 발의되고 일부 처리됐을 뿐 이주민의 실질적인 권익 보호를 위한 법은 없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인구감소 문제 해결책으로 이민정책을 제시한다. 이민 컨트롤타워 없인 제대로 된 이민정책이 나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 위원장은 4년전 인터뷰에서 “이 법안이 폐기되면 이민정책은 5년 이상 후퇴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2일 정의당 비례대표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3월 초까지 이어지는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그는 봉준호 감독을 보면서 자신감을 키웠다. ‘자막이 만든 1인치의 장벽’을 넘어선 봉 감독을 보면서 다시 한번 꿈을 꾼다.

"봉 감독이 얘기한 1인치의 장벽이란건 결국 불편함을 의미할 겁니다. 이주민들이 차별을 당하고 혐오의 대상으로 여겨질 때가 많지만, 그 불편함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겨낼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위원장은 21대 국회에 입성하면 본인이 19대때 발의한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과 ‘이민사회기본법’을 다시 발의해서 꼭 통과시킬 것이라고 다짐한다.

UN(유엔)에선 각 나라에 3개월 이상 1년 미만 거주하는 외국인을 단기 이민자로, 1년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을 장기 이민자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에도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체류 외국인은 장기 이민자로 본다.

이들을 거부하고 차별하는 건 지금 시대에 맞지 않다. 이주민과 더불어 사는 건 현실이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없으면 국가 경제도 큰 타격을 입는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 상을 휩쓴 것으로 보고 전율을 느꼈다. ‘인종의 벽’, ‘차별’을 이겨냈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 말대로 우리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이주민에 대한 각종 차별을 용인하고 있는건 아닐까. 우리의 차별이, 우리의 혐오가 사라지면 이 위원장도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의견 남기기 등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