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주가 30% 오를때…반토막 난 롯데쇼핑·이마트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2.14 12:06
글자크기

[오늘의 포인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방문한것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 9일 오전 임시휴점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방문한것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 9일 오전 임시휴점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전통적 유통 산업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빅2' 업체인 이마트 (68,300원 ▼100 -0.15%)롯데쇼핑 (73,600원 ▲100 +0.14%) 모두 이익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는 '쇼크'를 경험했고 1년 동안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 등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의 시각은 차갑다.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 중인 유통 시장에서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어닝쇼크' 실적…1년 새 주가 반토막
14일 오전 11시30분 기준 롯데쇼핑 주가는 전일 대비 3000원(2.47%) 하락한 11만85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마트 주가도 2500원(2.22%) 떨어진 1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두 업체 모두 전날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롯데쇼핑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4279억원으로 전년 대비 28.3%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만 따지면 영업이익은 43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1.8% 감소했고,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대비로는 무려 70% 이상 하회하는 대규모 어닝 쇼크였다.



4분기 쇼크의 주요 원인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할인점에 대한 감가상각비 458억원과 리츠자산 취득세 786억원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영향이 컸지만, 이를 감안해도 오프라인 매장 부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경쟁력 악화 등 본업 자체의 부진이 본질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마트 역시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00억원으로 적자전환했고, 연간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67.4% 줄어든 1507억원을 기록했다. 할인점(대형마트) 영업이익이 57% 감소한 가운데 온라인 부문(SSG.com)과 이마트24의 적자가 실적 부진을 키웠다.

오프라인 유통 업체의 실적 악화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발걸음은 갈수록 줄어든 반면, 대형 매장을 유지하기 위한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은 점차 가중되고 있다. 할인점 간 경쟁 심화와 소비심리 위축 등도 실적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고강도 구조조정에도 시장 시각은 '글쎄…'
유통 업체들도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전날 '2020년 운영 전략' 발표를 통해 롯데쇼핑 내 백화점·마트·슈퍼·롭스 등 총 700여 개 점포 중 약 30%에 달하는 200여 개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내놨다.

이마트 역시 지난해 12월 수익성이 좋지 않은 삐에로쑈핑 등 전문점 영업을 종료하고 효율이 낮은 점포도 점차 폐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총 8450억원 투자로 기존 점포 리뉴얼, 시스템 개선, 온라인 강화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장의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롯데쇼핑과 이마트 주가는 2017~2018년을 정점으로 꾸준히 '우하향' 중이다. 약 1년 전 20만원대였던 주가는 현대 10만원대 초만으로 1년만에 반토막이 났다. 통상 주가는 시장의 기대치를 반영하는데, 대규모 구조조정 개획을 발표했음에도 롯데쇼핑과 이마트의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하다. 그만큼 국내 유통업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전망이 짙다는 의미다.

체질 개선 중인 월마트, 주가 30%↑…국내 유통업체도 변해야
월마트가 도입한 매대 관리 로봇 / 사진제공=월마트 제공월마트가 도입한 매대 관리 로봇 / 사진제공=월마트 제공
업계에서는 미국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와 비교하면서 국내 유통업체들도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뤄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월마트 역시 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았다. 소비의 중심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갔고 매출과 주가 모두 급격히 하락했다. 현재 한국의 유통업체들이 겪고 있는 위기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월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는 대신 오프라인 매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으로 승부를 봤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는 신선식품을 잘 구매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매장의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주문 후 오프라인으로 픽업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같은 BOPIS(Buy Online, Pick-up in-Store. 온라인 구매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져가는 방식) 서비스는 월마트 실적 개선의 핵심이었다. 오프라인 매장 리모델링과 자동화 운영을 통한 비용 절감, 1일 무료 배송 서비스 등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 전략이 먹히면서 실적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월마트의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1280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3% 늘었고, 영업이익은 47억달러로 5% 감소했다. 해외 사업이 크게 부진했지만 미국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년 동기대비 각각 3%, 6% 성장했고, 기존점 성장률은 3.2%를 기록하며 2년 누적 6.6% 성장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초 90달러 선이던 주가는 현재 약 120달러로 1년 간 30%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국내 업체들의 주가가 반토막 난 것과 대조적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이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 시점에서 구조조정의 중장기 효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온라인 시장 확대로 전반적인 기존점 매출 감소 압박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규모 구조조정은 매출 감소에 따른 고정비 상승 부담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며 "주요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