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옷입은 정치신인들 “무난하게 공천하면, 무난하게 진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0.02.15 05:50
글자크기

[the300]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옷을 입고 오는 4월 21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정치 신인 A씨는 최근 출마를 포기했다.



내부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저히 기존 정치 문법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권리당원 확보 등 전반적인 경선 공식이 정치신인에게 불리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선거운동을 자제하는 분위기 탓에 얼굴 알릴 기회도 없어 경선을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단 판단을 했다.



A씨는 “민주당이 새로운 인물들 또 젊은 정치신인들을 대거 기용해 낡은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고 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겪어보니 이름이 알려진 현역 정치인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 많았다”며 “기울어진 운동장 공천 시스템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치 신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가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들은 “공천은 하늘의 별따기”라며 고개를 내젓는다.

14일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에 따르면 전국 238개 지역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475명 중 상당수 정치신인들이 경선 준비 과정에서 현실적인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중도 포기를 선언하거나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정치신인들 얘기를 종합하면 크게 세가지 고충이 있다.

먼저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당 지도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이다. 당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기회는커녕 악재만 만들고 있다는거다.

대표적인 게 임미리 고려대 교수 고발 사건이다. 임 교수는 지난달 29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등 민주당에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다. 민주당이 이날 임 교수 고발 건을 취소했지만, 후폭풍은 만만찮다.

충청도 지역에서 출사표를 던진 한 예비후보는 “당이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정치신인들에겐 최악의 상황이 된다”며 “당이 위기에 빠질수록 이름이 알려진 중진 의원들의 등판을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가운데)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관리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1.21/뉴스1(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가운데)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관리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1.21/뉴스1
이들은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중들에게 얼굴과 이름을 알릴 기회가 사라졌다고 토로한다. 통상 선거 3개월전부턴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나서야 정치 신인의 장점을 알리는데 당 차원에서 선거 운동 자제 지침에 따라 위축된 상황이다.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선전화 등을 통해 호소를 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지 불안하다. 이달 안에 경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데, 마음만 조급하다.

정치신인들은 끝으로 ‘공천 물갈이’와 같은 이벤트가 없는 게 아쉽다. 당 지도부는 안정적인 공천 관리를 위해 의원평가 하위 20%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단 원칙을 세웠는데, 결국 이런 판단이 다선 의원들에게 유리하다고 이들은 비판한다.

당이 낡은 정치 대신 새로운 정치란 프레임을 선점하기 위해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능력없는 다선 의원들을 과감히 쳐내야하는데 오히려 기회를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하위20%에 해당하는 의원들이 이의신청도 하지 않고, 불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상태다. 당 안팎에선 전날 공관위가 발표한 일부 경선지역과 관련 "공관위가 후보자들의 다른 평가는 배제하고, 여론조사만 돌려 경선 지역을 발표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경기도 지역에서 예비후보로 등록한 한 정치신인은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5년전 민주당에 있을 때 ‘무난한 공천은 무난한 패배를 가져온다’란 얘기를 했는데, 지금 민주당에 딱 맞는 말”이라며 “당 지도부와 공관위가 위기의식을 갖고, 새로운 마음으로 공천 작업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