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판 미래전략실, 2인자는 지주 부사장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20.02.1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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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과 권광석 우리은행장 내정자/사진제공=우리금융지주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과 권광석 우리은행장 내정자/사진제공=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판 미래전략실’.

손태승 회장에 집중된 그룹 인사 시스템과 우리금융지주 조직개편 등을 두고 금융권에서 나도는 표현이다. 과거 삼성그룹이 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로 이름을 바꿔가며 계열사를 관리하던 방식이 우리금융에서 재현됐다는 의미다.

자회사 관리 콘트롤타워 만들고 그 자리에 김정기 배치
우리금융은 지난 11일 차기 우리은행장과 자회사 대표(CEO) 인선, 지주사 조직개편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차기 우리은행장에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가 내정되면서 그와 경쟁하던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부문장)은 계열사로 나가는 정도로 예상됐다.



그러나 손 회장은 경영기획과 경영지원으로 이뤄진 기존 지주 조직을 △전략 △재무 △소비자보호·지원 △사업관리 △홍보브랜드 △IT·디지털 △리스크관리 등 7개 부문으로 재편하고 김정기 부문장을 사업관리부문장 자리에 앉혔다.

우리금융은 사업관리부문은 자회사간 시너지 및 협업을 주도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자회사 경영을 챙기면서 필요하면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셈이다. 우리금융판 미래전략실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주 회장이 그룹 임원 인사권 손아귀에
자회사 관리 콘트롤타워 신설과 더불어 손 회장은 지주를 포함한 자회사 임원 인사권을 손에 넣었다. 자회사 CEO 인선을 제외한 부행장 이하 모든 임원 인사에 대한 결정을 지주 회장이 하도록 한 것이다.

각사 CEO들이 임원 인사안을 지주 회장과 상의하던 관례가 있었지만 우리금융은 이번에 임원 인사안을 최소 3일 전에 지주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을 만들고 이를 명문화 했다. 인사안을 승인하거나 거부함으로써 각사 대표 인사권을 사실상 지주 회장에게 귀속시킨 것이다.

신한금융그룹이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통해 CEO와 부행장 등 고위직 임원 인사를 낼 뿐 상무 등 이하 임원은 CEO가 임명하게끔 한 것이나 모든 임원 인사를 각사 CEO 몫으로 둔 KB금융, 하나금융과는 확연히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임원들이 CEO와 호흡하기보다 지주사, 회장에게 줄 설 수밖에 없는 장치가 고안된 것”이라고 말했다.

행장 임기 1년, ‘회장 후계자’ 선 긋기(?)
우리금융은 사업관리부문을 통해 경영에 관여하고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끔 차기 은행장에 대해 ‘경영권 제약’을 건 데 이어 은행장 임기를 1년만 부여했다. 이례적이다.

이광구 전 행장이나 손태승 회장은 우리은행장에 취임했을 때 각각 2,3년 임기를 보장받았다.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대체로 2~3년 임기를 부여한다.

금융권은 권 내정자가 차기 회장에 도전할 기회를 막았다고 본다. 권 내정자가 2년 임기가 주어진 뒤 연임에 성공하면 앞으로 3년 뒤 물러나는 손 회장 후임 자리를 노릴 수 있다. 그러나 1년, 잘해야 1년 더 추가되면 은행을 떠나야 한다. 물론 전직 행장도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겠지만 현직 프리미엄에 비할 바는 못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일련의 조치는 지주 회장과 은행장간, 다양한 파벌간 표출될 불협화음의 예고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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