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에 털린 '남산의 부장들'?...군사정권 시절 크립토 장비 써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김평화 기자 2020.02.1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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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산의 부장들 포스터/사진=남산의부장들영화 남산의 부장들 포스터/사진=남산의부장들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위장기업인 스위스 크립토AG를 통해 전세계 120개국의 국가기밀을 빼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폭로와 관련, 국가정보원이 80년대초까지 공공분야에서 크립토AG 장비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따라 CIA의 국가기밀 유출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졌다.



13일 국정원은 "우리나라는 과거 19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일부 공공분야에서 스위스 크립토AG사 암호장비를 사용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그러나 "외국산 장비 도·감청 우려에 따라 국가용 암호장비 독자 기술을 개발해 1984년 전량 국산장비로 대체한 이후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자세한 사용기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국정원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일부기관서 사용"
정부와 보안업계에서는 크립토AG의 장비가 원거리 통신시 메시지와 음성을 암호화해 도감청을 막는 비화기(秘話機)로 기밀취급 업무가 많은 정보기관과 군, 외교당국 등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70~80년대 국가 주요 기밀정보가 미국 CIA로 유출됐을 개연성이 커졌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한 장면처럼, 군사정권 시절 미국이 우리 정보기관의 일거수 일투족을 고스란히 들여다보고,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활용해왔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CIA / 사진제공=외부CIA / 사진제공=외부
이와관련 민간분야 보안업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크립토AG 장비 사용현황에대한 실태파악에 나섰다. 과기부 관계자는 "크립토AG장비는 원래 공공기관의 기밀업무에 특화된 장비로 해당사도 각국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주로 판매한 것으로 안다"면서 "일부 대기업에서 보안목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해 주요 기업들에 확인중인데 현재까지 사용여부가 파악된 기업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 인터넷확산에따라 독자적인 암호화 기술을 표준화했고 소프트웨어적 보안기술을 발전시켜 현재는 외산 보안장비 의존도가 낮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1일(현지시간) CIA가 옛 서독 정보기관 BND와 손잡고 위장기업인 크립토AG를 통해 이 회사의 암호장비를 이용해온 전세계 120개국의 기밀정보를 빼돌려왔다고 폭로했다. 동맹국과 적국을 가리지 않았으며 주요 고객 중에는 한국정부도 포함됐다. 이같은 정보공작은 1970년대부터 크립토AG가 매각된 2018년까지 진행됐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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