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람은 인정받고 싶어 한다...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속 노인처럼...

머니투데이 창조기획팀 2020.02.1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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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리 심리치유센터 해내 센터장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는 거대한 물고기를 잡기 위해 먼 바다로 혼자 고기잡이를 나간 한 노인이 오랜 사투 끝에 ‘평생 듣도 보도 못한 굉장한 물고기’ 청새치를 잡지만 돌아오는 길에 상어 떼를 만나 다 뜯겨 뼈만 남은 물고기와 함께 귀항한다는 내용이다. 이 노인은 ‘나는 인간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지 놈에게 보여주고 말겠어!’라는 결심대로 자기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싸운다. 인간은 파멸할지언정 결코 패배하지는 않는다는 게 노인의 신념이며 작품의 주제다. 여기서 바다는 노인에게 생존투쟁의 공간이라기보다 인정투쟁의 공간이었다.

우미리 센터장/사진제공=심리치유센터 해내우미리 센터장/사진제공=심리치유센터 해내


이처럼 사람은 누구나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존경을 받고싶어 한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직장을 찾고, 돈을 벌고, 좋은 사람과 결혼하려 하고, 용모를 아름답게 가꾼다. 훌륭한 성적과 부와 명예, 좋은 배우자, 행복한 가정, 아름다운 용모를 통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마음일 것이다. 내가 인정하는 가치를 타인도 나만큼이나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해 주었으면 하는 것, 바로 인정투쟁이다.



‘인정투쟁’은 독일 철학자 악셀 호네트가 1992년 출간한 저서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투쟁까지도 불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무시와 모욕이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마침내 폭동이나 봉기 같은 사회적 투쟁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신체적으로 학대받고, 자신의 권리와 가치가 부정되는 것과 같은 사회적 모욕에 대해 중립적인 감정으로 반응할 수 없고 저항의 동기를 갖게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한국사회에서는 오히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를 의식하며 행동하는 것은 당연하나 남을 너무 의식하다 보면 무리가 따르고 허식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자기 의지와 소신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대로 봐주면 된다. 서로가 인정받기 위한 투쟁은 목숨을 건 투쟁이다.

그런데 프랑스 정신분석학자이며 철학자인 자크 라캉은 “사람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자발적 욕망이 아닌, 부모나 사회로부터 주입되고 요구받은 것을 자신도 모르게 욕망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욕망하는 것들이 실제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간은 대상이 허상임을 알 때 그것을 향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신의 시선 속에 타인을 억압하는 욕망의 시선이 깃들어 있음을 깨달을 때 좀 더 쉽게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다양한 내담자와 상담사례들을 경험하게 된다. 대부분의 문제는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가족구성원과 주변 관계 속에서의 갈등이 주된 내용이다. 부부가 서로를,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여러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고 받아들여 준다면 세상은 훨씬 아름답고 평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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