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뉴스1) 권현진 기자 = 한진그룹 경영권이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정면대결로 흘러가며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내놓을 ‘카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일 오후 인천공항 국제선 대한항공 체크인 카운터로 여행자들이 들어서고 있다. 2020.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3일 조현아-KCGI(일명 강성부펀드)-반도건설 3자연합은 한진칼 전문경영인 후보 리스트를 담은 주주제안을 공개했다.
특히 얼마나 공신력 있는 인물을 한진칼 전문경영인 후보로 내세우느냐가 소액주주들의 표심 향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사실상 조 전 부사장 측이 자충수를 뒀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실제 조현아 3자연합은 전문경영인(사내이사 및 기타 비상무이사) 후보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를 추천했다.
가장 눈에 띄는 핵심 인물은 김신배 전 부회장이다. 1954년생인 김 전 부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소망교회 장로 자리를 다퉜던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전자와 한국이동통신을 거쳐 SK텔레콤 부사장을 지냈다. 그는 특단의 성과보다는 '안정경영'의 캐릭터가 강하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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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현역에서 은퇴한 지 10년이 넘은 인물로 항공업에 대해선 아예 문외한이다.
두 번째 이름을 올린 삼성전자 출신 배경태 전 부사장도 조 전 부사장 측 인물난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배 전 부사장은 삼성전자 중국사업을 총괄한 경력이 있을 뿐 항공업에선 어떤 경력도 쌓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사업은 잘 알지 몰라도 그마저 전기·전자 분야여서 어떻게 항공사 사내이사 후보를 수락했는지 의아하다"고 밝혔다.
조현아 3자연합 측은 당초 구 건설교통부의 차관 출신 고위 관료를 영입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까지 벌이고 있는데다 대한항공 경영권 자체를 뒤엎으려는 모양새여서 접촉한 인물마다 조 전 부사장 측에 합류를 꺼렸다는 후문이다.
김치훈 후보와 함철호 후보가 그나마 대한항공 출신이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의 최측근으로 전문경영을 맡길 중량감은 떨어진다는 평이다.
실제 김 후보는 조 전 부사장의 신임을 받아 해외지사 업무를 주로 수행했다. 2005년말 대한항공에서 상무보로 승진한 이후 이듬해 곧바로 한국공항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상 대한항공에서의 임원 경험은 없는 셈이다.
함철호 후보는 LCC(저비용항공사) 티웨이항공 등에서 CEO커리어를 쌓았다. 올해 69세로 나이가 많아 KCGI가 주장해온 경영의 참신성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결과적으로 항공업 경력이 전혀 없는 인물들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최측근 OB들로 이사 명단을 채운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현아 측에서 말하는 변화와도 맞지 않을 뿐더러 급조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후보들"이라며 "그만큼 그쪽에 공감하는 인물이 없다는 방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제안 내용인 정관변경 안건도 주주들의 기대에 못미쳤다는 진단이다. 3자연합은 대주주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가기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조원태 회장이 이미 대한항공 이사회와 한진칼 이사회에서 결의하고 발표한 내용이다. 3자연합의 또다른 주주제안인 전자투표제 도입도 이미 한진그룹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다.
증권업계의 항공담당 한 애널리스트는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추천한 후보 인물은 지금 대한항공 안에도 수없이 많다"며 "이사진 명단과 정관변경안 모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임팩트가 떨어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