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쓰레기산 안돼" 환경부 '밥줄'로 압박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20.02.1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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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저녁 서울 송파구 풍납현대 리버빌 1차아파트에 폐지가 쌓여 있는 모습. / 사진=박경담10일 저녁 서울 송파구 풍납현대 리버빌 1차아파트에 폐지가 쌓여 있는 모습. / 사진=박경담


환경부는 13일 폐기물수거업체(이하 수거업체)가 폐지를 수거하지 않겠다고 예고만 해도 계약을 종료하고 다른 업체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울 일부 아파트에서 발생한 '폐지대란'을 막겠다는 강력한 조치다.

하지만 민간 계약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고 설사 수거업체를 변경하더라도 '폐지대란'은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폐지 수거거부, 예고만 해도 계약 해지
환경부는 이날 일부 공동주택(아파트)에 수거거부를 예고한 수거업체가 14일까지 예고 철회를 하지 않을 경우, 즉시 공공수거 체계로 전환하고 대행업체와의 계약을 바로 추진한다고 했다.

환경부는 또 정당한 사유 없이 폐지 수거를 거부한 수거업체에 대해선 엄격한 기준으로 행정처분하라는 내용의 대응지침을 지난 12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고 했다. 행정처분은 과태료 부과, 영업정지, 시설폐쇄 명령 등을 의미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도권 일부 수거업체의 폐지 수거거부 움직임이 있는데 국민 생활에 불편을 일으키는 행위에 대해선 엄중 조치하겠다"며 "수거업체와 아파트 간 맺는 계약서에 수거거부가 계약해지 사유로 있는데 예고만 해도 다른 업체로 바꿀 수 있는 보다 강력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10일 저녁 서울 강동구 래미안힐스테이트 아파트에 폐지가 쌓여 있는 모습. / 사진=박경담10일 저녁 서울 강동구 래미안힐스테이트 아파트에 폐지가 쌓여 있는 모습. / 사진=박경담
서울 아파트서 터진 폐지대란
지난 10~11일 서울 일부 아파트에선 폐지가 수거되지 않는 폐지대란이 발생했다. 수거업체들은 아파트 측에 폐지와 불순물을 분리 배출하지 않으면 수거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후 해당 아파트는 재분류를 실시, 수거가 완료됐다.


폐지대란은 폐지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폐지는 압축장에서 커다란 사각형 덩어리로 뭉쳐진 뒤 제지업계에 상품으로 팔린다.

2018년 폐기물 큰손인 중국이 수입을 거부하면서 값싼 미국·일본산 폐지가 한국에 들어왔고 국산 폐지 입지는 좁아졌다. 이에 더해 제지업계는 국산 폐지가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다며 수입산을 선호하고 있다. 수거업체들은 아파트에서 폐지 분리배출이라도 잘 돼야 제지업계에 국산 폐지를 팔 수 있다며 수거 거부를 실시했다.

환경부의 이번 조치는 2018년 터졌던 쓰레기대란이 되풀이돼선 안된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환경부 조치가 도를 지나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명래 환경부장관/뉴스1  조명래 환경부장관/뉴스1
"업체 바꿔도 폐지는 그대로 쌓인다"
폐기물 업계 관계자는 "폐기물 수거는 업체와 아파트 간 민간 계약인데 정부가 계약해지를 언급하는 건 과도하다"며 "우리는 수거 거부가 아니라 아파트 측에 재분류를 요청한 것이고 업체를 바꾸더라도 제지업계에서 폐지를 사들이지 않는 이상 폐지는 그대로 쌓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폐지대란을 막을 근본 대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우선 올해 상반기 중으로 제지업계, 압축상, 수거업체가 활용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 동안 관행적으로 별도 계약서 없이 이뤄졌던 폐지 거래 방식을 바꾸겠다는 목표다.

또 폐지 품질을 높이기 위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도입도 가속화하기로 했다. EPR은 제품의 재활용 비용을 생산자가 부담하는 제도다. 아울러 저품질 수입폐지의 국내 유입 제한 등 수입폐지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영기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국민 생활의 불편함을 담보로 하는 불법 수거거부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하겠다"며 "민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폐기물 정책을 공공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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