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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길도 못 찾았는데 '여행자제'라니, 여행업계 뿔난 이유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2.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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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비드·COVID-19) 등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12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가 한산하다.  코비드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중국 이외의 제3국을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일본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대만 등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된 지역에 대한 여행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사진=뉴스1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비드·COVID-19) 등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12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가 한산하다. 코비드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중국 이외의 제3국을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일본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대만 등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된 지역에 대한 여행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사진=뉴스1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보건당국의 '여행자제' 권고에 여행업계가 시끌시끌하다. 베트남이나 태국 등 동남아 여행을 계획했던 여행객들은 혼란에 빠졌고, 코로나발 여행한파로 고초를 겪고 있는 여행사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취소 수수료 문제로 여행사와 여행객 간 마찰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여행 최소화 발표로 난처한 입장이 됐다는 것이다. 이미 막대한 피해로 고사 위기에 빠진 여행·관광산업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여행자제 권고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행자제' 6국, 국민 10명 중 4명 여행…"지금이라도 포기해야 할까요"




13일 정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는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대만, 일본 등 6개 국가로의 여행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지역에 확진자가 발생했고,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확진자들도 해당 지역에 방문한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보건당국이 가급적 여행자제를 당부한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6개 국가를 방문한 여행객은 1176만232명으로 전체 해외여행객(2871만명)의 41%에 달한다.

발표 직후 2~3월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여행객들이 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여행자제를 권고했다는 소식에 당장 예정했던 여행을 취소해야하는지를 묻거나 불안 등을 호소하는 글이 주요 여행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직장인 심모씨(30)는 "3월에 가족들과 태국 여행을 계획했는데 뉴스를 보고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격화된 '수수료 면제' 갈등…여행사 "환불은 어려워"


문제는 여행자제 불똥이 애꿎은 소비자와 여행사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자제 권고를 정부의 '여행제한'으로 받아들인 여행객들이 여행상품 취소 수수료를 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우한을 포함 중국 본토 전역에 대한 취소 수수료 면제 정책을 시행 중인 여행사들은 동남아 등 중국 외 지역에 대해선 취소 수수료 면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취소 수수료 면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국외여행표준약관에 근거해 결정한다. 해당 약관에 따르면 천재지변이나 전란, 정부의 명령 등으로 여행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긴급히 취소 수수료를 면제할 수 있다. 여행 여부를 판단하는 외교부가 여행이 불가하다고 못 박거나 현지 상황으로 도저히 계약한 상품대로 여행일정을 진행할 수 없는 경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자제 권고는 방역과 국민 안전을 위한 보건당국의 당부로 강제성이 없다. 외교부도 해당 지역들에 대해 '4단계 여행경보 제도(여행유의-여행자제-철수권고-여행금지)' 단계를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객들이 정부의 '여행제한'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중국처럼 여행 자체가 봉쇄당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여행상품 판매 중단이나 취소 수수료 면제는 어렵다"고 말했다.


"안심시켜도 모자랄 판국에"…여행사가 뿔난 진짜 이유


하지만 여행업계 불만의 원인이 동남아 지역 여행취소 수수료 면제때문은 아니다. 이미 고객들의 여행취소로 인한 손실을 감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들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당국마다 엇갈리는 행보를 보이는 것과 이번 사태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여행업계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여행업계는 고사 위기다. 한국공정여행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설 연휴 이후 폐업신고한 여행사가 8개에 달한다. 규모가 있는 여행사도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아웃바운드 여행사 손실이 3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번 발표로 동남아 지역 여행수요가 주저 앉게 되면 손실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국토부는 항공업계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여행업계를 담당하는 문체부는 실효성 있는 지원책은 커녕 업계 목소리도 듣지 않고 있다"며 "당국은 손놓고 있고, 정부는 지나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하면서 보건당국은 여행을 가지 말라고 하는 엇박자만 내고 있어 중간에서 여행업계만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한국여행업협회는 전날(12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태로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아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어 10만 명에 이르는 종사자의 고용마저 흔들리고 있다"며 "(정부는)막연한 두려움을 갖지 않고 국민들이 조속히 일상생활로 돌아가도록 불안한 심리 치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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