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망경 원리가 스마트폰에"…100년 카메라 상식 깬 '갤S20'의 기술은

머니투데이 샌프란시스코(미국)=박효주 기자 2020.02.1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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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굴절' 잠망경 원리로 초점거리 해결…삼성이 인수한 코어포토닉스 특허기술

삼성전자 갤럭시S20 울트라 /사진=삼성전자삼성전자 갤럭시S20 울트라 /사진=삼성전자


“DSLR(디지털일안반사식) 카메라가 안 부럽다.”

삼성전자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0 울트라’. 일반 디지털카메라를 능가하는 역대급 카메라폰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성능 면에서 압도적이다.



1억800만 화소 이미지 센서에 100배 확대 촬영 기능을 갖췄으면서도 두께와 크기는 일반 스마트폰과 다르지 않다. 성능 면에서 일반 똑딱이 카메라는 물론 어지간한 DSLR 카메라보다 낫다는 평가다. 일본 카메라 제조사들을 당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삼성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이 급진전될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은 뭘까.



DSLR 능가하는 1억800만 화소…경쟁사 두배 수준
/사진제공=삼성전자./사진제공=삼성전자.


‘갤S20 울트라’ 카메라 사양을 따질 때 가장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화소(픽셀)수다. ‘갤S20 울트라’는 무려 1억800만 화소를 지원한다.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모바일 이미지센서(아이소셀 브라이트 HM1;이하 HM1)다.

‘HM1’는 0.8㎛(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 크기의 작은 픽셀 1억800만개를 1/1.33인치 크기 촬상소자에 압축했다. 화소 수가 많을 수록 크고 또렷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화소 수만 늘리면 노이즈와 계조, 심도 표현 면에서 조악한 영상을 얻기 십상이다.

삼성 ‘HM1’은 9개의 인접 픽셀을 하나의 큰 픽셀(3x3)처럼 동작하도록 ‘노나셀’ 기술이 적용됐다. 기존 이미지센서 방식에 비해 빛을 2배 이상 많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어두운 곳에서 밝게, 밝은 곳에선 보다 또렷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삼성측 설명이다.


병합하는 픽셀 수가 많아질수록 인접 픽셀 간 색상 간섭이 많다. 때문에 실제 구현하기가 까다로웠던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픽셀 간 분리막을 만드는 특허 기술 ‘아이소셀 플러스’를 적용해 노나셀 구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인접 픽셀 간 간섭과 빛 손실, 산란 현상을 방지했다고 설명했다.

노나셀 구현 방식 /사진=삼성전자노나셀 구현 방식 /사진=삼성전자
이외에도 보다 향상된 컬러필터 기술과 스마트 ISO(감도), 실시간 HDR(High Dynamic Range), 전자식 이미지 흔들림 보정(EIS) 등 최신 기술들이 대거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센서 사업팀을 발족, 모바일 이미지센서를 비메모리 반도체 핵심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이미 모바일 이미지센서 설계 능력 면에선 소니를 능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잠망경 원리' 폴디드 줌…무손실 10배 하이브리드 줌 구현의 핵심기술
'‘갤S20 울트라’ 카메라의 또다른 강점은 ‘망원 카메라’ 기능. 어지간한 망원 카메라를 압도한다. 콘서트장이나 경기장 제일 뒷줄에 앉아서 무대 위 가수나 코트 위 선수를 크고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다. 핵심은 ‘폴디드 줌’ 기술이다.
갤럭시S20 울트라에 적용된 폴디드 줌 구조 /사진=삼성전기갤럭시S20 울트라에 적용된 폴디드 줌 구조 /사진=삼성전기
그동안 스마트폰 카메라 디자인으로 망원 줌 렌즈를 구현하긴 사실상 불가능했다. 광학 줌을 구현하기 위해선 이미지 센서와 렌즈 간 거리가 확보돼야 한다. 렌즈가 앞뒤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껏 스마트폰에 들어간 카메라 줌 기능이 소프트웨어로 강제 확대해 촬영하는 수준에 그쳤던 것도 이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적으로 이미지를 확대하고 보정하는 수준이다 보니 어느 크기를 넘어선 사진이 뭉개지는 등 화질이 좋지 못했다.

폴디드 줌은 잠망경 원리를 이용해 이같은 한계를 극복한 기술이다. 빛의 굴절을 이용해 이미지센서와 렌즈간 초점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센서와 렌즈를 수직(적층)구조가 아닌 가로(수평)로 배치했다. 잠망경처럼 렌즈에 들어온 빛을 90도로 굴절시킨다. 그러면 스마트폰의 가로 길이를 이용해 초점거리를 확보하는 식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S20 울트라’는 폴디드 줌 기능을 활용해 하이브리드 광학 10배 줌(광학 5배줌)을 구현했다. 적어도 10배 줌까진 화질 저하없이 촬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은 폴디드 줌 기술 확보를 위해 지난해 이스라엘 코어포토닉스를 인수했다. 코어포토닉스는 2012년 데이비트 멘틀로빅 텔아비브 대학교수가 설립한 회사로 광학기술 및 멀티 카메라 핵심 기술을 보유해온 스타트업이다. 특히 이 회사는 폴디드 줌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적용한 카메라 모듈은 계열사인 삼성전기가 맡고 있다

‘갤S20 울트라’는 여기에 더해 최대 100배까지 촬영할 수 있다. ‘스페이스 줌’ 기능이라 부른다. 10배 줌 이상이면 AI(인공지능)가 스스로 사진을 자르고, 이어붙이며 열화가 심한 부분을 보정해준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은 과거 카메라 사업 진출 기반이 자양분이 됐다. 삼성은 2010년 DSLR카메라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일본 선발기업들을 따라잡지 못한 채 2016년 철수했다. 하지만 그 때부터 확보한 광학기술과 렌즈 기술은 스마트폰 이미지 센서와 모듈 개발 등에 활용되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문장(사장)은 갤럭시S20를 소개하며 “어떤 환경에서도 선명하게 촬영해주는 초고화소·고배율줌 카메라가 탑재됐다”며 “사용자는 카메라 기능을 사용할 때마다 최적의 순간을 알아서 추천해주는 첨단 AI 기술의 정수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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