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조원태 한진칼 회장과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 3자연합간의 대결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결판이 날 전망이다. 쌍방은 각각 법무법인 광장(한진그룹 측)과 법무법인 태평양(3자연합 측)을 내세워 3월 주총 전 대응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오후 인천공항 국제선 대한항공 체크인 카운터로 여행자들이 들어서는 모습. /사진제공=뉴스1
13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광장은 조원태 한진칼 회장 측을 대리해 조 회장에게 도전장을 던진 KCGI(강성부펀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측 3자 연합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3자 연합은 최근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임해 3월 주총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지금은 조 회장과 대립구도를 그리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기소됐을 때도 광장이 변호를 맡았고 조 전 회장이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됐을 때도 광장이 곁을 지켰다.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KCGI가 한진그룹을 상대로 공격을 가했을 때도 광장이 한진그룹을 대리해 성공리에 방어한 적이 있다.
KGCI·조현아·반도건설 3자연합 대리, 광장의 맞수 태평양
법무법인 태평양 로고 / 사진제공=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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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평양은 1980년 김인섭 변호사가 사무소 형태로 개소한 후 1987년 법무법인 체제로 전환해 오늘에 이르렀다. 설립 시기가 불과 3년 정도의 차이에 불과한 광장과 태평양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세종, 율촌, 화우 등과 함께 국내 로펌 업계의 선두그룹을 일컫는 ‘빅6’ 구성원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평가된다.
특히 광장과 태평양은 오랜 기간 경쟁구도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담당하는 업무 영역도 종합 로펌으로서 송무, 자문, 중재 및 해외 사건 등을 두루 다룬다는 점에서도 비슷할 뿐더러 로펌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인 한국 변호사 수, 관료 등 전관 출신 고문의 숫자 및 외국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인력의 수도 큰 차이가 없다. 심지어 로펌의 성과를 의미하는 수익구조에 있어서도 광장과 태평양은 유사한 수준이다. 대기업 고객들을 상대로 종합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객군에 있어서도 두 법무법인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고의 플레이어 내세운 양측, 전략 싸움 관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대한항공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광장에서는 김상곤 변호사(사법연수원 23기)를 주축으로 대응 팀이 꾸려진 상태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KCGI가 조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등 사태를 이유로 한진칼에 주주제안을 하는 등 전쟁을 선포했을 때 한진그룹을 대리해 성공리에 방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밖에 ‘SK-소버린 사태’, ‘KT&G-칼아이칸 사태’, ‘LG그룹의 하나로통신 위임장 대결 사태’ 등 다양한 적대적 M&A 시도 및 경영권 분쟁에서 탄탄한 경험을 쌓은 전문가다.
이에 대응해 태평양 측에서는 서동우(16기)·이병기(24기) 변호사를 주축으로 3자 연합을 대리해 조 회장 측을 공격하고 있다. 서 변호사는 현대건설 지분 매각 소송을 비롯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유안타증권의 동양증권 인수 등의 사건을 맡은 경험이 있다. 이 변호사도 마힌드라 그룹의 쌍용차 인수, 웅진홀딩스의 코웨이 지분 매각, 네파 지분 매각 등 굵직한 M&A 거래에 참여한 바 있다.
한진그룹 31개 계열사의 경영권을 좌우할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분쟁 당사자 쌍방을 대리하는 광장과 태평양도 최고의 선수들만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지금까지는 3자 연합이 공세로 나올 때 한진 그룹 측에서 경영 합리화 방안을 내놓는 등의 방식으로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주총 시즌에 들어가면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과 국내외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를 만나며 위임장 확보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어떤 전략을 내놓는지에 따라 연기금 및 기관투자자의 표심이 좌우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