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고평가 기업에게 투자도 몰린다

머니투데이 런던(영국)=한정수 증권부 기자 2020.02.17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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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새로운 10년 ESG]7-<2>"ESG 정착되려면 정부역할이 가장 중요"

편집자주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SG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은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지원법을 도입하는 국가도 생겨났습니다. ESG는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2020 새로운 10년 ESG’ 연중기획 기획을 통해 한국형 자본주의의 새 길을 모색합니다.

퐁 유 찬 FTSE러셀 지속가능 투자팀 선임매니저 /사진=런던증권거래소 제공퐁 유 찬 FTSE러셀 지속가능 투자팀 선임매니저 /사진=런던증권거래소 제공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글로벌 자본시장과 기업 생태계의 화두가 된 지 오래지만 한국에선 이제 막 걸음마 단계다. 금융투자업계에선 'ESG는 좋은 것'이란 정도의 막연한 인식이 공유되는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ESG 요소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시장 참여자도 극소수다.

지난달 말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에서 만난 퐁 유 찬 FTSE러셀 지속가능 투자팀 선임 매니저는 'ESG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부가 모든 공적·사적 영역에서 ESG를 장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 전세계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분야가 바로 ESG 요소 중 하나인 기후 변화, 즉 환경"이라며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은 개별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는 ESG의 개념과 범위, 정의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회책임 투자, 지속가능한 발전 등에 대한 공공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에서도 ESG를 정의하려는 시도가 계속해서 진행 중"이라며 "투자자들 역시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FTSE러셀은 투자자를 돕기 위해 ESG 요소를 고려한 지수를 산출해 공개한다. 각종 지수와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FTSE러셀은 1995년 설립된 이후 총 20만개가 넘는 지수를 만들었다.

이 중 ESG 관련 지수는 100여개로 극히 일부지만 앞으로 그 숫자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운용자산이 210억유로(약 27조원)인 네덜란드 연기금 중 하나인 소매업연금(Pensioenfonds Detailhandel) 등이 FTSE러셀의 ESG 지수를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퐁 유 찬 선임 매니저는 지수를 만드는 일을 "아주 어려운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ESG 지수는 100여명으로 구성된 지속가능 투자팀에서 전담한다. 데이터 팀이 전세계 7000여개 기업들과 관련한 정보들을 수집한다.

/그래픽=최헌정 기자/그래픽=최헌정 기자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 근로 조건에 대한 문제, 경영 구조, 인권 문제를 다루는 방식 등 매우 다양한 요소들이 모두 포함된다. 개별 기업들이 온라인으로 이 정보들을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돼 있다.

정보가 수집되면 리서치 팀에서 구체적으로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그러면 상품 팀이 평가 자료를 기반으로 지수를 만든다. 지수를 만들 때는 지수를 실제 활용할 자산 관리자 등과 활발히 소통한다. 그는 "지수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질 좋은 정보"라며 "기업들이 정보를 잘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대규모로 ESG 관련 평가를 하는 기관이 세계적으로 드물어 부담감도 크다고 했다. 그는 "ESG 요소를 고려해서 투자를 하려는 투자자들은 다른 기관에서 만든 지수나 지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준으로 투명하게 데이터가 수집·관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퐁 유 찬 선임 매니저는 ESG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ESG는 투자자들에게 기업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큰 그림'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좋은 ESG 평가를 받는 기업들은 점점 더 많은 투자를 받게 되고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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