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마스크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현재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주로 구입하는 460개 품목의 상품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조사 작성되는데, 마스크는 여기서 빠져 있다. 수요가 꾸준히 있는 품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마스크가 물가조사 품목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소비자물가조사는 5년마다 품목을 재선정하며 2~3년마다 가중치를 조정하는데 올해가 소비자물가지수 품목과 가중치를 개편하는 기준연도다. 직전엔 2015년에 이뤄졌다.
통계청 물가동향과 이두원 과장은 “최근의 소비자물가는 기후와 작황에 따른 농수산물 가격 등락, 공공요금 정책, 황사나 바이러스 같은 자연재해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마스크 가격은 올랐지만 반대로 코로나19 감염을 두려워해 국민들이 외부활동과 소비생활을 줄이면서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야외 활동이나 집단 모임을 줄이다보니 외식, 목욕탕, 수영장, 레포츠 이용, 놀이동산 등이 타격을 입고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졸업시즌을 앞두고 꽃집도 울상이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부터 고등학교 2학년 납입금이 면제되고 하반기엔 1학년까지 납입금 면제가 확대될 예정이며 석유 가격도 하락세다. 이미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13년부터 1%대로 내려왔고 지난해는 0.4%까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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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일부 품목 가격이 급등하면 전체 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착각한다. 예컨대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면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올랐다고 야단이다. 그런데 농축수산물은 월별 가격등락이 매우 커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크게 올라도 다시 내린다. 이러다 보니 최근 3년간(2017년 1월~2020년 1월) 농축수산물 누적 상승률은 3.1%로 가격 등락폭이 크지 않았던 가공식품(3.5%)보다 낮았다. 생강(111.5%), 상추(49.5%), 마른오징어(74.0%)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마늘(-32.5%), 귤(-22.0%), 달걀(-33.6%), 전복(-16.1%) 등 하락한 품목도 많았다.
또한 전기밥솥, TV 등 공업제품은 2.4% 상승, 집세(월세·전세)는 1.2% 상승에 그쳤다. 더욱이 도로통행료, 열차료, 학교납입금, 보육시설이용료의 하락으로 전체 공공서비스료는 –0.3% 낮아졌다.
반면 3년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인 것은 개인서비스 요금이었다. 외식비(6.8%), 가전제품수리비(22.3%), 콘도이용료(26.6%) 등의 상승으로 개인서비스 요금이 6.0%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3.1%)보다 2배 가량 높았다.
이처럼 실제 물가상승률은 낮은데도 마스크와 같은 계절변동성 가격 폭등, 기후와 작황에 따른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숙박·음식 가격 상승은 전체 물가가 크게 올랐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