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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베트남·태국·대만 '여행자제'…갈 곳이 없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2.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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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제지역 6개국 비중 41%…여행업계 "출구가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이용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뉴시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이용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으로 중국 뿐 아니라 일본과 동남아 지역에도 여행 자제령이 내려지며 해외여행길이 좁아졌다. 해당 지역들이 우리 국민 대다수가 찾는 인기 여행지라는 점에서 '중국발 여행한파'로 고초를 겪고 있는 여행업계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는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대만, 일본 등 6개 국가로의 여행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또 홍콩과 마카오에서 입국하는 내외국인도 중국발 입국자에게 적용되는 특별입국절차를 밟도록 조치했다.



해외여행객 10명 중 6명, 여행갈 곳 사라졌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여행자제를 당부함에 따라 가뜩이나 급감한 해외여행수요 하락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역의 국내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비중을 감안하면 사실상 여행수요 '제로(0)'가 현실화될 것이란 걱정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 여행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정부가 여행자제를 권고한 지역은 전부 우리 국민들의 최고 인기 해외여행지로 꼽히는 나라들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6개국을 찾은 여행객은 △일본 513만명 △베트남 314만명 △태국 155만명 △대만 94만명 △말레이시아 51만명 △싱가포르 49만명 으로 총 1176만232명에 이른다. 전체 국민해외여행객(2871만명)의 41%에 달하는 수치다.



이미 여행이 봉쇄된 중국 본토와 지난해 162만명(홍콩 97만·마카오 65만)이 찾은 홍콩과 마카오까지 더하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우리 국민 60%가 찾은 여행지들이 막히는 셈이다. 중국은 2018년부터 공식 통계를 내고 있지 않지만 2013~2017년 5년 동안 연 평균 424만 명이 방문해 지난해에도 400만 명 안팎의 한국인이 여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부 '여행경보' 아닌데…빗발치는 취소문의 어쩌나


문제는 이번 정부의 발표가 외교부의 '4단계 여행 경보 제도(여행유의-여행자제-철수권고-여행금지)'와 다르단 것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겸 중수본 부본부장 "여행경보와 별개로 국민 스스로 예방하고 어떻게 조치해야 되는지 체계적으로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국민들의 자율적인 판단을 돕고 정보를 주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여행업계는 이번 발표로 국민들이 해당 지역을 여행제한지역으로 받아들이는 것 아닐지 걱정한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이미 중국 주변지역까지 신규예약이 끊긴 만큼 더 놀랄 것도 없다"면서도 "여행객들의 중국 외 지역 여행 취소 요구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현재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국내 주요 여행사들은 외교 당국이 철수권고(여행경보 3단계)한 중국 후베이성을 포함, 중국 전 지역에 한해 여행상품 취소 수수료 면제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행사마다 동남아 등 다른 지역까지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달란 요구가 빗발친다.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여행사에는 캄보디아 항공권을 환불해달라는 고객이 찾아와 직원에게 폭언을 하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정상적인 여행일정 진행 자체가 불가하고 항공사나 호텔들도 항공권이나 숙박 취소수수료를 면제해 여행상품 취소 수수료 면제가 가능한 것"이라며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데 여행자제 권고로 소비자들에게 파렴치한 업체로 낙인찍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러다 줄도산 위기, 여행업계 "우리도 살려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12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가 한산하다.  코비드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중국 이외의 제3국을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일본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대만 등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된 지역에 대한 여행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사진=뉴스1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12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가 한산하다. 코비드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중국 이외의 제3국을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일본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대만 등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된 지역에 대한 여행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사진=뉴스1
여행업계는 고사 위기에 빠졌다. 현재 중·소형 여행사들은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한국공정여행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설 연휴 이후 폐업신고한 여행사가 8개에 달한다. 규모가 있는 여행사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아웃바운드 여행사 손실이 3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번 발표로 동남아 지역 여행수요가 주저 앉게 되면 손실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 여행사들은 무급휴직 등 고육책으로 버티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무급휴직 신청범위를 확대하고 인건비 축소를 위해 근무시간을 단축한다. 자유투어는 모회사인 모두투어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되며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다른 여행사들의 비슷한 상황으로 업계 전반에 구조조정의 위기감이 드리우고 있다.

이에 한국여행업협회는 정부에 △세제 혜택 및 운영자금 지원 △고용유지를 위한 관광·여행업계 특별지원금 지급 △한일 관광 교류 조기 정상화 요망 △인·아웃바운드 유치 다변화를 위한 활동 지원 등을 건의했다. 협회 관계자는 "전반적인 여행수요가 떨어져 여행사들의 전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피해업체에 대한 손실 보전 등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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