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강등 속도 가파른 LGD, 회사채 발행 강행할까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2.1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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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등급전망 '부정적' 기업 28개사, 등급 하락 이어질 지 주목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이 1년 만에 재차 하락했다. 차입금이 늘어난 반면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서 재무가 악화 된 탓이다. 지난해 말에도 현대차·기아차 신용등급이 강등된 바 있어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하락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 사진제공=뉴시스LG디스플레이 / 사진제공=뉴시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ICE신용평가는 지난 11일 LG디스플레이의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해 1월에도 LG디스플레이 신용 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시켰다. 지난해 11월에는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신용 등급 하락의 주요 원인은 순차입금 증가와 실적 악화로 인한 재무 안정성 하락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이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투자를 지속하면서 순차입금이 지난해 말 10조원까지 급증했다. 전년 대비 약 4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연결 영업적자는 1조3590억원, 연결 당기순손실은 2조8720억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 및 순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84.9% 및 28.3%로 상승했다.

황덕규 NICE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기업평가4실장은 "중국 패널 업체들의 공격적인 생산능력 증설로 액정표시장치(LCD) TV패널 판가가 크게 하락하는 등 업황이 불리한 상황"이라며 "LCD TV 부문 수익이 악화되고, 중소형 OLED 생산 개시로 고정비가 늘어 LG디스플레이의 수익이 당분간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3개년(2017~2019년) 간 평균 설비투자 비용(CAPEX)이 7조3000억원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3조9조000억원을 크게 웃돌면서 현금 흐름이 악화됐다"고 판단했다.

이번 신용 등급 강등으로 LG디스플레이가 회사채 발행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우량 채권에 관심이 쏠리면서 A등급 회사채가 소외 받고 있어서다. 실제로 부동산신탁회사인 한국토지신탁(A, 안정적)은 이달 초 투자 수요 예측을 진행했지만 기관 참여가 저조해 미달이 발생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이후 추가 청약을 통해 회사채를 발행했다. 금리는 소폭 인상됐다.

LGD 신용등급 추이LGD 신용등급 추이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1년 동안 2단계가 하향 조정됐는데, AA급 업체 중 이처럼 빠른 속도로 강등된 것은 2015년 대우조선해양 이후 처음"이라며 "이번 신용등급의 강등으로 LG디스플레이의 시장 자금 조달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들이 실제로 등급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속출할지 우려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이날 이마트 신용등급을 AA+(부정적)을 AA(안정적)으로 낮췄다. 지난해에도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총 31개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2018년 21개사 대비 약 50%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대거 하향 조정에도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들이 많아 올해도 하향 기업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선순위 회사채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거나 하향 주시가 부여된 기업은 28개사에 이른다.

NICE신용평가 측은 디스플레이 업종 외에 "현대·기아차 실적 부진에 따라 재무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자동차부품 업종,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소매유통 업종, 생명보험 업종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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