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K, 카카오도 포기한 '적자 키즈폰' 인수…성공할까?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0.02.2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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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플러스 '카카오키즈폰' 자료사진./사진=키위플러스키위플러스 '카카오키즈폰' 자료사진./사진=키위플러스


발전설비 제조업체 EWK(이더블유케이 (2,650원 ▼130 -4.68%))가 자산의 70%가 넘는 자금을 들여 키즈폰 판매업체 '키위플러스' 인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서라지만 기존 사업과 관련이 없는 데다 키위플러스가 4년째 적자를 보고 있는 터라 무리한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EWK는 아동용 소프트웨어 전문개발업체 키즈플러스 지분 64.14%를 38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EWK는 이번 인수에 대해 "사업다각화 및 신규사업 진출을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EWK가 인수한 지분은 카카오 (48,600원 ▼500 -1.02%)와 서상원 키즈플러스 대표가 소유한 주식 전부다. 각각 315억원과 65억원 규모다. 카카오는 IoT(사물인터넷)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8년 키위플러스를 인수했으나 2년 만에 EWK에 매각했다.

EWK는 지난해 순손실이 11억88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5억6600만원으로 72.6% 줄고, 매출액도 204억7100만원으로 12.9% 감소했다.



4년 째 적자 키위플러스, 2배 주고산 EWK
'카카오키즈폰' 등 아동용 통신장비 개발·제조업체인 키위플러스는 최근 4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키위플러스는 2015년 처음 '키위워치'를 출시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지만 이익을 내지 못했다.

평가를 맡은 이산회계법인에 따르면 키위플러스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영업적자를 보고 있다. 카카오 피인수 이후 매출액은 2018년 134억9900만원에서 2019년 302억4300만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2019년 44억8900만원, 2019년 30억3200만원으로 여전히 적자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키즈폰의 원가율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키즈폰의 원가율은 2018년 97.1%, 2019년 95.7%다. 판매량이 더 늘어야 원가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카카오 후광효과로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하자 카카오가 매각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년 전 140억원에 키위플러스를 인수한 카카오는 이번 매각으로 125%의 매각차익을 얻게 됐다. 적자사업을 정리하면서 높은 수익까지 올리는 셈이다.

적자기업의 '장밋빛' 전망, "낙관적인 판단 어려워"

회계법인은 키위플러스가 올해 12억27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뒤 2021년 23억9400만원, 2022년 42억2500만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액도 △2020년 489억9800만원 △2021년 605억8000만원 △2022년 742억7900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다만, 이 같은 가파른 실적개선은 키즈폰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한 스테이지 5G폰과 중고폰 리사이클링 등 신사업(일반 디바이스)에서 올리는 것으로 추정했다. 스테이지5G는 카카오의 계열사 스테이지파이브가 선보인 5G 전용 스마트폰이다. 중국 제조업체를 통해 폰을 제조한 뒤 국내에서 판매 중이다.

키즈폰의 판매량은 키즈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8.2%를 적용해 추정했다. 연간 20만원대의 키즈용 스마트폰을 15만대, 15만원대의 키즈용 미니폰을 2만여대 팔 것으로 봤다.

5G폰 판매량은 2020년 사업계획(2만5000대)을 반영한 뒤 5G폰 연평균 성장률 41.6%를 적용했다. 2024년 예상 판매량은 10만대가 넘는다.

중고폰을 매입해 수리, 재판매하는 중고폰 리사이클링사업은 글로벌 중고폰 시장 연평균 성장률(12.5%)을 반영했고, 스테이지 5G폰의 중고폰 보상프로그램을 고객들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5G폰과 중고폰은 원가율이 2020년 기준 89.8%로 계산, 키즈폰(93.2%)보다 이익률이 뛰어나다. 예상대로 판매량이 높게 나온다면 실적 신장에 긍정적이지만, 판매 전략 분석 없이 글로벌 성장률로 매출을 추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스테이지5G는 지난해 11월 출시 당시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올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한국에 본격 진출하는 만큼 스테이지5G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회계법인은 일반 디바이스 부분이 2024년 매출액 646억6200만원으로 기존 키즈폰(484억7100만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창업 이후 집중 육성한 사업보다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의 성과가 높을 것으로 본 것이다.

또 전망대로라면 키위플러스는 EWK의 기존 매출도 넘어설 예정이다. EWK는 2019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이 171억2300만원으로 전년대비 6.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억2800만원으로 같은 기간 62.8% 줄었다.

이 같은 문제에 관해 EWK와 접촉했으나 답변을 하지 않았다. 카카오도 흑자로 돌아서 고성장할 키위플러스를 왜 매각하느냐고 질의했지만 "내부적인 사업판단"이라고만 답했다.

증권업계는 EWK의 이번 인수합병에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영업실적이 저조한 기업을 높은 가격에 인수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로선 낙관적으로 판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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