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외인 줄줄이 주주행동 준비…3월 주총 '정조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김사무엘 기자, 강민수 기자 2020.02.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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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박탈이 결정되며 총회가 끝난 뒤 총회 의장인 우기홍 대표이사가 총회장을 떠나고 있다. 2019.3.27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지난해 3월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박탈이 결정되며 총회가 끝난 뒤 총회 의장인 우기홍 대표이사가 총회장을 떠나고 있다. 2019.3.27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3월로 예정된 상장사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의 입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5%룰'이 완화되면서 주총장에서 목소리를 내려는 기관들이 급증했고 일부는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재무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려는 물밑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313개 상장사 가운데 56사의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일반투자 대상이 된 상장사 중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NAVER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지난 10일에는 KB금융의 주요 외국계 투자자인 프랭클린리소시스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이 밖에 △에지바스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신도리코, S&T중공업) △하이클레어 인베스터(코미코, 삼영무역, 하이록코리아, 뉴파워플라즈마) 등 외국계 투자자 뿐 아니라 △KB자산운용(효성티앤씨, 광주신세계, 골프존, KMH, 컴투스, 에스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넥센, KISCO홀딩스, 세방) 등 국내 기관 투자자들도 투자 회사에 대한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잇따라 변경했다.

지금까지는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투자목적을 '경영권 영향 목적'으로 보고했을 경우에만 임원 선·해임 등에 대한 주주제안 등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1일부터는 상황이 변했다. '단순투자' 대신 '일반투자'로 신고하면 배당 및 지배구조 개선 관련 주주활동(정관변경, 위법행위 임원에 대한 해임 청구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경영권 영향 목적은 지분 변동 시 상세보고와 10% 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단기 시세차익을 반환해야 하는 등 제약이 있지만 '일반투자' 목적은 지분 변동에 대한 약식 보고가 가능하다. 일명 '5%룰' 완화로 보고 부담을 줄이면서 적극적인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이 주총에서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상장사들의 3월 정기주총이 예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주주권익 확대 요구가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국내 일반 투자자와 외국계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주주제안에 나설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다. 국내 민간 운용사 중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원칙)를 가장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곳은 KB자산운용이다. 앞서 KB자산운용은 지난해 연예기획사 에스엠에 대해 배당 확대와 적자 사업 정리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일반투자 목적으로 변경한 넥센, KISCO홀딩스, 세방 등에 최근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공통적인 내용은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그동안 성향을 봤을때 곧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윤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보통 외국계 투자자들이 국내 기관보다 주주권 행사에 더 적극적"이라며 "특히 이사회의 독립성과 관련해 사외이사 감사 선임 문제에 적극 의견을 내 왔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지난해 3월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총회장 입장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19.3.2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지난해 3월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총회장 입장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19.3.2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만 투자자별로 상황은 다소 다르다. 일단 국민연금은 올해 스튜어드십코드를 강화한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세부적인 단계까지 실행할 준비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보유현금 및 순이익 대비 배당액이 지나치게 낮은 기업들에 배당확대를 요구하거나, 과도한 임원급여 지출 기업들에 제동을 거는 수준에서 시동이 걸릴 것이란 시각이 많다.

국민연금이 일반투자로 지분보유 목적을 변경한 56개 기업 가운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지배구조 부문 C 이하 등급을 받은 곳은 대한유화(2년 연속)가 있다. 아울러 임원 퇴직금이 평균을 상회한다는 지적을 받은 곳은 포스코, GS, LG, 대한항공, 현대백화점, 현대차, SK 등이다.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보고서에 따르면 이웅렬 코오롱 전 회장은 지난해 회장직을 사임하면서 411억원의 퇴직금을 받은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는 임원 보수변경 등 정관변경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을 살펴보면 2017년에는 정관변경 안건에 대한 반대 비중이 가장 높았고 2019년에는 이사의 보상에 관한 안건이 1, 2위를 차지했다"며 "올해는 배당 요구가 일반투자로 변경되면서 배당 확대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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