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저녁 서울 송파구 A아파트에 폐지가 쌓여 있는 모습./사진=박경담 기자
갈 곳 잃은 폐지, 아파트 8곳에 그대로폐기물수거업체가 서울 일부 아파트에서 폐지 수거를 하지 않으면서 '폐지 대란'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최종 소비자인 제지업계가 공급 과잉된 폐지를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서 폐지는 갈 곳을 잃고 아파트 단지에 머물고 있다. 특히 폐지가 쏟아지는 졸업 시즌이 겹치면서 대란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폐기물수거업체는 각 아파트와 계약을 맺고 폐기물을 지정된 날짜에 수거한다. 폐지는 압축장에서 커다란 사각형 덩어리로 뭉쳐진 뒤 제지업계에 상품으로 팔린다.
"2주 내 폐지 대란 온다"
10일 저녁 서울 강동구 B아파트에 폐지가 쌓여 있는 모습./사진=박경담 기자
폐기물 업계 관계자는 "폐지를 수거하지 않은 아파트 8곳 중 7곳은 아파트 측에서 재분류를 실시해 (뒤늦게) 재수거를 했다"며 "다른 아파트도 폐지 수거 불가 상태면 폐지를 수거할 수 없고 현재 상태 대로라면 2주 이내에 대란이 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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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폐기물을 수입할 당시엔 폐지 대란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2018년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폐기물 시장에 공급 과잉이 벌어졌고 폐기물 가격은 급락했다. 당시 폐기물수거업체는 폐기물을 팔아도 돈벌이가 되지 않자 수거를 거부했다. '수도권 쓰레기 대란'이 발생했다.
이번 폐지 대란도 2018년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에 기인한다. 값이 싼 미국·일본산 폐지가 중국 대신 한국에 들어오면서 국산 폐지 입지는 좁아졌다. 국산 폐지 가격 역시 2018년 이후 수출 길이 막히면서 떨어졌지만 미국·일본산을 당해내진 못하고 있다. 2018년 ㎏당 100원을 넘었던 폐지 가격은 올해 65원으로 하락했다.
폐지 유통구조 지속되면 언제든 대란 터진다
조명래 환경부장관/뉴스1
환경부는 우선 실제 수거 거부가 일어난 아파트에 지방자치단체를 활용, 폐지를 수거하겠다고 했다. 또 전날 제지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수입산 제지 구매 자제를 요청했다. 아울러 폐지 선별 분리 배출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유통 구조가 지속된다면 똑같은 문제는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데 공감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지업체가 물량을 조절하면 압축상, 폐기물 수거운반업체에서도 폐지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근본적으론 공공주택인 아파트도 단독주택과 마찬가지로 공공수거체계 시스템이 정착돼야 하는데 폐기물 수거운반 업계 상황도 감안해야 돼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