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수요 사실상 제로(0)"…여행업계 '고사 직전'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2.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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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불매에 중국 신종 코로나까지 덮치며 여행수요 '제로(0)'…무급휴가·구조조정 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자가 확산되고 있는 30일 인천국제공항 탑승수속 대기 공간이 한산하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 중국 우한을 오가는 노선의 운항이 중단된 데 이어 다른 중국 구간의 운영도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자가 확산되고 있는 30일 인천국제공항 탑승수속 대기 공간이 한산하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 중국 우한을 오가는 노선의 운항이 중단된 데 이어 다른 중국 구간의 운영도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확산하며 '여행 비상'이 걸렸다. 국내외 여행심리가 얼어붙으며 여행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사태 장기화 조짐에 '실적 쇼크'가 가시화하며 구조조정 그림자까지 드리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여파로 해외여행 수요가 급감했다. 국내 최대규모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 하나투어의 지난달 해외여행 상품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49.7% 감소하며 반토막났다. 사태가 불거진 지난달 설 연휴 이후 중국노선 취소율이 90%를 넘고 신규예약도 없어 사실상 여행수요가 '제로(0)'에 가까운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한 모두투어를 비롯, 다른 대형 여행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주요 아웃바운드 여행사에 접수된 1~2월 여행상품 취소로 인한 손실이 벌써 300억 원을 넘어섰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신규 여행문의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대형여행사들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규모가 작은 중·소형 업체의 경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한국공정여행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설 연휴 이후 폐업신고한 여행사가 8개에 달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일본여행 불매'로 국내 여행사들의 주력 시장인 일본노선이 맥을 추지 못하는 데다, 이번 신종 코로나로 중국노선까지 봉쇄되며 경영난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국, 일본 노선 부진 여파가 동남아 등 다른 지역까지 번지고 있단 것이다. 우려했던 제3국 감염이 지난주부터 현실화하며 전반적인 여행심리 자체가 주저앉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16, 17, 19번 확진 환자가 태국과 싱가포르를 방문한 뒤 감염됐다. 이에 상반기 동남아나 유럽으로 여행을 계획했던 사람들 마저 예정됐던 일정을 포기하는 추세다.

여행업계는 이 정도로 어려운 적이 없었다며 낙담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으로 여행수요 회복이 요원한 데다, 업종 특성 상 뚜렷한 대책도 없어서다. 눈덩이처럼 피해가 불어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정부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다 정말 줄도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캄캄한 앞날에 여행사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하나투어는 최근 노동시간을 줄여 임금을 낮추는 '일자리 나누기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만 1년 이상으로 낮춘 안식년도 아예 근무일수와 관계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모두투어 역시 지난해에 이어 무급휴식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보다 사정이 좋지 않은 여행사들은 구조조정의 위기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자유투어는 모회사인 모두투어의 지원 없이 자체 수익으로 운영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희망퇴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전반적인 여행수요가 떨어져 여행사들의 전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피해업체에 대한 손실 보전 등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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