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참사' 아이오와 코커스…"앱 투표 불신·회의론"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2.1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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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소규모 지역당에서 대의원 뽑던 전통에서 비롯된 코커스…앱 통한 보안상 투표 문제 많단 지적도

/사진=AFP/사진=AFP


미국 대선 레이스의 첫 테이프를 끊는 지역으로 유명한 아이오와주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개표 집계에 쓰이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기술적 오류가 발견되면서 결과 발표가 한참 늦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론도 빗발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실시된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는 통상 당일 자정이나 늦어도 다음날 새벽에는 결과가 발표됐던 예년과는 달리, 만 하루가 지난 4일에도 집계를 완료하지 못했다. 결과를 표로 작성하는 앱에서 기술적 문제가 생겨 일일이 수작업으로 집계하느라 늦어진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두달이라는 짧은 앱 개발기간, 부족했던 앱 테스트 과정, 새로운 앱에 익숙하지 않았던 자원봉사자들, 앱 로그인 또는 전송 오류 등 모든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 앱은 섀도우(Shadow)라는 회사가 만들었는데 민주당 디지털 비영리단체 에크로놈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 주요 구성원은 4년전 힐러리 클린턴 대선 캠페인 팀에서 일하던 이들로 이뤄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섀도우는 지난해 한해에만 네바다와 위스콘신 주 민주당에서 약 15만달러(약 1억7800만원)을 벌었다.



코커스를 채택하고 있는 네바다 주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사용된 앱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는 22일 코커스가 열리는 네바다주 민주당 의장인 윌리엄 매커디는 "아이오와에서 문제가 된 앱이 다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바다 주는 이미 이 같은 앱 개발 비용으로 이미 5만8000달러(약 6885만원) 이상을 지불한 상태다. 네바다 주는 급히 앱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계획을 짜고 있다.

역시 코커스를 채택한 노스다코타(3월10일)와 와이오밍주(4월4일)도 앱 사용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스다코타 주는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모여 직접 투표용지에 투표하며, 와이오밍 주도 미리 우편으로 보내진 투표용지를 다시 보내거나 직접 방문해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는 11일 두번째 경선이 열리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은 종이 투표용지로 투표를 한다. 사본을 투표함에 넣고 원본은 기록 보관용으로 남겨두게 된다.


지난 2016년에도 아이오와 코커스는 혼란을 빚었다.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를 알려주는 앱에 접속량이 폭증해 일시적 접속 장애가 벌어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민주당, 공화당과 함께 개발한 이 앱은 선거구, 후보별로 득표 수와 득표율을 실시간 집계해 그래픽으로 보여줘 당시 수작업으로 일일이 투표용지를 확인해야 했던 개표과정을 획기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커스가 애초 소규모 주의 지역당에서 '간부 회의'로 대의원을 뽑았던 전통에서 비롯된 만큼, 전자기기로 투표하는 것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셰릴 케이건 메릴랜드 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대선 경선에서 디지털을 실험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투표는 투표율을 높일 것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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