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원장이 비품 던지며 난동"…경찰수련원에 무슨 일이?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2020.02.1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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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제천수련원장 청소노동자들에게 갑질 의혹…노동자들 경찰청에 진정 제기

경찰제천수련원 한 청소노동자가 "8월 원장이 임시 창고에서 '여성주무관들이 '남은 휴지 정리를 잘 안했다'며 비품을 집어던진 직후 상황이라며 보내온 사진 /사진=경찰청제천수련원 퇴사 청소노동자경찰제천수련원 한 청소노동자가 "8월 원장이 임시 창고에서 '여성주무관들이 '남은 휴지 정리를 잘 안했다'며 비품을 집어던진 직후 상황이라며 보내온 사진 /사진=경찰청제천수련원 퇴사 청소노동자


충청북도 제천 소재 경찰청제천수련원 원장이 청소노동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수련원의 임모 원장 및 관리자들이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징벌성 업무를 시킨 뒤 감시하고, 사유서를 압박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경찰청제천수련원은 경찰 가족 등이 이용하는 호텔식 휴양시설로 2019년 7월 운영을 시작했으며, 이곳 시설과 직원은 충청북도지방경찰청의 관리를 받는다. 임 원장은 퇴직 경찰이다.

청소노동자들은 임 원장과 관리자들의 '갑질'을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을 경찰청에 제기했다고 11일 밝혔다. 임 원장은 "감시나 압박하려 한 적 없다"면서도 "사실로 밝혀진 문제는 시정하겠다"고 했다.



업무 부진 이유로 직원 감시…일부 직원 대상 퇴사 암시 정황
지난 1월15일 수련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청소노동자 김모씨는 "제출일 직전 며칠간 원장 지시로 업무시간 내내 남성인 행정팀장 엄모씨에게 감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원래 객실 청소만했는데 퇴사 전 2~3일간 원장이 공용화장실 청소를 지시하며 감시역을 붙였다는 주장이다.

엄 팀장은 이 기간 동안 김씨에게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내린 뒤 그를 쫓아다녔다. 김씨는 "화장실 외 강당동, 로비, 계단, 바베큐장 등에서 일하는 동안 팀장이 계속 따라다녔다"며 "엄씨의 행동이 감시라고 느꼈고 이후 정신과 진료를 받아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염 팀장이 단톡방에 보낸 사진 /사진제공=경찰청제천수련원 퇴사 직원염 팀장이 단톡방에 보낸 사진 /사진제공=경찰청제천수련원 퇴사 직원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퇴사를 암시하는 메세지를 보낸 정황도 드러났다. 객실 청소 관리 팀장 염모씨는 직원들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공장은 힘차게 돌아가는데 빠져야 할 나사들이…언제나 나가떨어지려나…"라는 내용 메세지를 지난 2일 전송했다.

청소노동자 A씨는 "공장이 수련원을, 나사가 일부 직원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A씨는 "원장에게서 말 잘듣는 편 아닌 말 많은 부류에 속하면 내가 평가해 언제든지 해고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임 원장은 "감시하려는 의도로 시킨 적 없다"며 "김씨가 청소한 객실에서 고객 클레임이 발생해 반성의 의미로 공용청소를 시키고 엄 팀장에게 체크 정도 해보라 한 것"이라 해명했다. 카톡 메시지와 관련해서도 그는 "처음 듣는 사실"이라며 "메세지가 사실이면 재발 방지 등 조치를 할 것"이라 말했다.

'하루 사유서 10장' '비품 던지며 난동'정신·물리적 압박
이 외에도 수련원 청소노동자들은 일하면서 작성하는 과도한 사유서로 정신적 압박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2월4일 직원 유모씨가 담당한 방 이불에 이물질이 묻어있어 고객 항의가 들어오자 6일 유씨를 사무실로 불러 하루 종일 A4 용지 1장 분량 사유서를 10회 이상 작성시켰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 C씨는 "최근부터 '조장' '주무관' 등 호칭을 틀리면 사유서를 쓰게 한다고 공지했다"며 "청소 직원이 모두 여자인데, '언니' 하고 부르는 것도 막는다"고 했다.

임 원장이 청소노동자들이 정리해놓은 비품을 어지른 정황도 포착됐다. C씨는 "작년 8월 원장이 청소비품실에 들어와 비품 관리가 잘 안 된다며 함께 카트에 있던 물품들을 내동댕이쳤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D씨는 "원장 태도가 고압적이며 다수 앞에서 직원을 찍어 면박주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임 원장은 "유씨 사유서 작성이 미흡해 작성 방법을 알려주다보니 작성이 반복된 것"이라며 "내가 본 것은 4장 정도고 괴롭힐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운영 초기 비품 관리가 계속 미흡해 화내며 비품을 어지른 것은 사실"이라며 "국비로 산 만큼 잘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혜인 직장갑질 119 전담노무사는 "일을 못했다 해도 직원에게 사람을 붙여 감시당했다고 느끼게 한 것이 사실이면 직장내 괴롭힘"이고 밝혔다. 그는 "하루에 10개 이상 시말서를 작성했다면 노동자가 괴로움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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