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도 깜짝…네이처셀 라정찬 회장 '무죄' 판결문 보니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정경훈 기자 2020.02.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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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정찬 알앤엘바이오 회장  /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라정찬 알앤엘바이오 회장 /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라정찬 네이처셀 (8,650원 ▼50 -0.57%) 회장(56)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증권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미 라 회장에게 주가조작 전력이 있는데다가 네이처셀과 관련한 의혹이 상당히 많이 제기된 만큼 유죄를 예상한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라 회장의 1심 무죄 판결에 검찰 책임이 크다고 분석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유죄를 선고할 정도로 혐의 입증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라 회장이 유상증자를 통한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혐의의 경우 검찰 측이 제출한 증거 중 일부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이유로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주가조작이라면 단기간 이익실현이 통상적…네이처셀은 1년 넘게 조건부 품목허가 진행"
라 회장의 첫번째 혐의는 조인트스템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자체 창간한 언론사를 통해 동일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총 235억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 공소사실은 네이처셀이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사 없이 오로지 주가 부양만을 목적으로 조인트스템의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라면 단기간에 주가를 부양시킨 후 매도 차익을 실현하는게 일반적"이라며 "라 회장은 1년 이상 조인트스템의 조건부 품목허가 절차를 진행했는데, 주가 부양만을 위해 1년 이상 절차를 진행한 것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2018년 2월 시간외 매도로 전환사채 상환에 상응하는 주식 처분 이익을 실현시켰다고는 하지만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지분 상당을 여전히 보유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사기적 부정거래를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부양시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업이 언론보도를 통해 실적을 홍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기업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라 회장 등이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해당 정보를 유포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지적한 부분은 모두 일반적으로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검찰이 이에 대해 철저히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수사가 부실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검찰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두번째 혐의는 '무죄'
두번째 혐의는 2015년 4월 네이처셀이 150억원을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과정에서 유상증자 참여자들에게 1년간 보호예수돼 처분이 금지된 주식을 배정할 것처럼 공시한 뒤, 동일한 수량의 구주를 대여(처분권 부여)해 손실을 회피하고 매도차익을 발생시켜 약 62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이 혐의와 관련해서는 검찰의 증거 수집이 문제가 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검찰에서 2016년 12월 말 입건유예로 종결된 사건으로 2018년 6월8일 압수수색 전까지 아무런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첫번째 혐의에 대해 발급받은 압수수색 영장으로 확보한 압수물로 두번째 혐의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는데 이는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 경우 두번째 혐의를 적시한 압수수색 영장을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후 피의자의 자백이 있어도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인한 자백으로 간주,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이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이후 확보한 증거들은 위법수집증거에 의한 2차적 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위법한 증거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라 회장 등이 사전에 유상증자 참가자들에게 주식대차를 해주기로 공모하고 유상증자결정 고시를 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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