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효과로 뜬 한국 배터리 3인방, "글로벌 전기차 잡아라"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0.02.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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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3/사진제공=테슬라테슬라 모델3/사진제공=테슬라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올해에만 80% 급등하면서 국내 전기차 배터리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배터리 3인방인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테슬라와 BMW, 폭스바겐 같은 전기차 완성차 업체들과 합종연횡하며 올해 전기차 배터리 매출 확대에 사활을 건다.



시장분석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 등록된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116.7기가와트시(GWh)로 전년대비 17%나 증가했다. 따라서 배터리 3인방은 이처럼 급증세인 전기차 완성차 배터리시장을 적극 공략해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을 수직 상승시킨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LG화학은 글로벌 점유율 12.3%로 3위며 삼성SDI가 4.2%로 5위, SK이노베이션이 1.9%로 9위다.



LG화학은 특히 업계 맏형으로 지난해 테슬라와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으며 테슬라 주가급등의 숨은 조력자로 꼽힌다. LG화학은 지난해 말부터 테슬라에 본격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가 선택한 LG화학…이유는?
LG화학 중국 난징 1공장 전경/사진=LG화학LG화학 중국 난징 1공장 전경/사진=LG화학
테슬라는 그동안 파나소닉으로부터 배터리를 독점 공급 받아왔다. 하지만 2018년 11월 일론 머스크 CEO가 배터리 확보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다른 공급업체를 찾겠다고 직접 밝혔고, 이후 배터리 업체들은 치열한 '테슬라 잡기 경쟁'을 벌였다.


LG화학은 테슬라의 중국 생산기지와 가까워 지리적으로 이점이 많고, 기술력도 뛰어나 테슬라의 낙점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지난해 1월 상하이 린강산업구에 연산 50만대에 달하는 전기차 공장 '기가팩토리'를 착공했다.

LG화학은 이와 가까운 난징·신강경제개발구에서 배터리 공장 2곳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10월부터 빈장경제개발구에도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짓고 있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자사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테슬라 전기차에도 믿을 수 있는 LG화학 배터리를 더 많이 쓸 것이라는 전망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31일 전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LG화학과 중국 CATL 등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LG화학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이 내용을 공식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3'와 중화권 공략 크로스오버 차량인 '모델Y'에 LG화학 배터리를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한번 충전하면 최대 460km를 주행할 수 있는 21700형 배터리 셀을 난징 공장에서 생산해 테슬라에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LG화학은 현대·기아자동차부터 중국 지리자동차, 아우디, 쉐보레, 폭스바겐, GM, 테슬라까지 전 세계 주요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잡는 배터리 3사…공격적 투자
SK이노베이션 헝가리 배터리 공장 조감도/사진제공=SK이노베이션SK이노베이션 헝가리 배터리 공장 조감도/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공격적인 모습이다.

삼성 SDI는 2013년 울산공장에서 처음 전기차 배터리를 양산한 이후 2015년 중국 시안, 2017년 헝가리에 각각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세우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SDI는 현재 BMW, 폭스바겐, 재규어,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특히 삼성SDI는 독일 BMW그룹과 최근 3조8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엔 유럽 완성차 업체 수요를 겨냥해 헝가리 공장에 1조2000억원을 들여 대규모 추가 투자도 추진한다.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과 다임러, 기아자동차, 재규어 등에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11월엔 페라리의 최초 양산형 전기차 모델인 'SF90 스트라달레'의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중국 창저우와 헝가리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미국에도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추가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지난해 3월부터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연 9.8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가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공장과 비슷한 규모의 공장을 미국 시장에서 또다시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중국 업체들을 공략하는 데 아직까지 한국 배터리 3인방은 별다른 실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CATL 등 자국산 배터리가 적용된 전기차 중심으로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떄문에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2∼4위인 비야디와 베이징자동차, 상하이자동차 같은 중국 업체 중에서는 아직 한국 배터리를 쓰는 곳이 없다.

유럽과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들 시장은 국가를 따지지 않고 글로벌 배터리 업체면 계약하려는 성향이 강해 상대적으로 공략하기 유리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특유의 보조금 정책으로 해외 업체들이 진입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유럽시장 위주로 시장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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