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의 IPO 자신감? 증권사 딱 4곳만 선택한 이유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황국상 기자 2020.02.0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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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엔터)가 IPO(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남다른 행보가 눈길을 끈다. 빅히트엔터가 IPO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기업 가치와 밸류에이션, 글로벌 시장 경쟁력, BTS 멤버의 군대 변수 등 여러 측면에서 화제를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빅히트엔터는 지난 1월 국내외 IB(투자은행)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는데, 이를 받은 증권사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씨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간 등 총 4곳으로 확인됐다.
제62회 그래미어워드에 아시아 최초 퍼포머로 나선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제62회 그래미어워드에 아시아 최초 퍼포머로 나선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이례적으로 4개 증권사에만 주관사 선정 위한 RFP 발송…자신감·내부 보안 영향 해석
증권업계에선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은 주관사를 선정할 때 다수의 증권사에 RFP를 보내 경쟁을 이끌어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여러 증권사가 주관사 선정 경쟁에 참여해야 공모 전략이나 구조를 짜는 과정에서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높은 밸류에이션을 제안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빅히트엔터의 경우 국내 웬만한 대형 증권사는 물론이고 엔터테인먼트 회사 상장 주관을 보유한 중소형 증권사까지 관심을 가진 딜(거래)이다. 물 밑에서 다수의 증권사 IB에서 빅히트엔터뿐 아니라 주요 주주인 넷마블을 통해서 상장 주관사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빅히트엔터의 RFP는 국내 증권사 2곳만이 받았다.



우선 빅히트엔터의 선택을 받은 4개 증권사는 모두 2017년 상장한 넷마블의 주관사로 활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넷마블의 상장 시 대표 주관을 NH투자증권과 JP모간, 공동 주관을 한국투자증권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맡았다. 넷마블이 비교적 만족할 만한 밸류에이션으로 IPO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빅히트엔터가 RFP를 보낼 주관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전력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있다. 방시혁 빅히트엔터 대표와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친인척 관계다.

또 빅히트엔터가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소속 가수인 BTS의 인기가 국내외에서 높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결정이란 해석도 나온다.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경쟁을 부추길 필요를 느끼지 못 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 내부 보안을 철저하게 다루는 빅히트엔터의 기업 성향도 반영된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주관사 선정 경쟁이 심해질수록 외부의 주목을 더 크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결정일 수 있다. 여러 증권사에 RFP를 보낼 경우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다수의 증권사에 일정 부분 회사 내부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데 대한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빅히트엔터의 경우 4곳에만 RFP를 발송했는데, 사실상 이는 RFP로 보기도 어렵지 않겠나"라며 "빅히트엔터의 예상 기업가치를 고려하면 4개 IB가 모두 주관사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017년 12월 5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시상식'에서 회외진출 유공포상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017년 12월 5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시상식'에서 회외진출 유공포상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기업가치 4조원까지 거론…BTS 멤버 병역 의무는 변수
빅히트엔터가 상장할 경우 국내 주식시장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 단숨에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JYP Ent., SM,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모두 시가총액 1조원에 미치치 못 한다. 빅히트엔터는 밸류에이션 전략에 따라 최대 4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노릴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빅히트엔터의 2019년 매출액은 5879억원, 영업이익은 975억원으로 예상된다. 매년 빠르게 매출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데다 수익성까지 비교적 탄탄하다. 단순하게 계산해서 순이익이 1000억원일 경우 PER(주가수익비율) 40배를 적용하면 4조원의 가치가 가능하다. 빅히트엔터가 2020년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실적 성장이 가시화 될 경우 불가능한 산술은 아닌 셈이다.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종목은 대체로 PER 30~40배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투자 시장에선 방시혁 대표를 비롯한 빅히트엔터 임직원의 대중가요 노하우를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팬에게 인기를 끌 수 있는 노래를 제작하는 역량, 소속 가수의 무대 연출력, 국내외 마케팅 등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빅히트엔터의 노하우가 BTS의 성장에 기여했고, 향후 다른 소속 가수의 성장에도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빅히트엔터 기업 가치의 주요 변수 중 하나는 BTS 멤버의 병역 의무다. BTS 멤버 중 일부가 군대를 갈 경우 빅히트엔터의 지금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빅히트엔터가 사업 영역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BTS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비교적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무작정 공격적인 밸류에이션을 내세울 수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빅히트엔터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의 대박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대주주인 방시혁 대표는 물론이고 최유정 빅히트엔터 고문, 넷마블, 스틱인베스트먼트 펀드(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사모투자합자회사), 한국투자증권 등이 주요 주주다. 이 외에 벤처캐피탈(VC), 사모펀드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넷마블이 2018년 빅히트엔터에 투자할 때 기준으로 삼은 기업가치가 80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가파른 기업가치 상승이 나타난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경우 딱 정해진 밸류에이션을 적용하기보다 어떤 전략과 논리, 구조를 짜느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BTS의 인기가 글로벌 시장에서 매우 높고, 실적 성장세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모 시장에 등판할 경우 화제를 불러일으킬 만한 거래임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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