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어렵지만 협력사 먼저 챙겨달라" 정의선 수석부회장 주문에 1조 투입

머니투데이 유영호 기자, 최석환 기자, 세종=박경담 기자 2020.02.0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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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휴업 기간에 쉬는 직원들에게 다양한 임금 지급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결국 월급이 큰 폭 줄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산 자동차 부품 수급 차질로 현대자동차가 공장 가동을 멈추며 중소 부품 협력사들의 '도미노 휴업'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 (250,000원 ▼2,500 -0.99%)에 모듈(개별 부품의 조합)을 납품하는 현대모비스 (244,000원 ▲500 +0.21%)는 11일까지 임시 휴업할 방침으로 다른 부품 협력사들도 같은 날(11일)까지는 생산라인 중단이 불가피하다.

도미노 휴업 가시화..줄어드는 임금 문제 해결도 시급
중소 부품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임금을 어떻게 지급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활용이 가능한 업체는 전체 월급의 70%를 여기서 충당하고, 나머지 30%는 회사가 지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전체 근로시간의 20% 이상을 초과해 휴업하거나, 1개월 이상 휴직을 실시하는 업체에 한해 고용노동부에 신청할 수 있다. 지원금액은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른데 우선지원대상기업(상시근로자 500명 이하 기업)은 사업주가 지급해오던 인건비의 3분의 2 수준이다.

6일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유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업체는 35곳으로 이중 자동차 부품사는 6곳이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현대차 임시 휴업의 후폭풍을 맞았다.



그나마 지원금 신청이 어려운 업체는 직원들에게 원치 않는 휴가를 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 부품 협력사 관계자는 "현대차 휴업이 길어지면 생산량이 줄기 때문에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연차 소진이 안될 경우 교육 입소 등으로 대신해야 하는데 이러면 직원들의 월급은 크게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사 관계자는 "현대차가 휴업에 들어가며 우리 회사도 공장 가동을 멈췄다"며 "예정대로 오는 12일 생산이 재개되면 다행이지만 휴업이 더 길어지면 부품 업체들의 피해가 심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급한 불 끄자" 현대차그룹 1조 투입..中현지 공장 정상화에도 총력
현대차그룹도 이 같은 중소 부품사들의 위협을 감지하고 이날 소방수를 자처했다. "우리도 힘들지만 협력사를 먼저 챙겨야 한다"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산업 생태계 안정을 위해 총 1조원의 긴급 자금을 부품업체에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 (250,000원 ▼2,500 -0.99%)기아차 (116,600원 ▲400 +0.34%), 현대모비스 (244,000원 ▲500 +0.21%), 현대위아 (58,100원 ▲600 +1.04%), 현대트랜시스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 협력사 350곳이 지원 대상이다.

현대차그룹은 경영자금 3080억원을 무이자로 지원하며 납품대금과 부품양산 투자비 6920억원도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 이 지원금은 빠르면 이번 주중에, 늦어도 다음 달 중순 안에 모두 지급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렇게 자금 지원을 받은 1차 협력사들이 더 작은 규모의 2·3차 협력사에도 납품대금을 앞당겨 지급하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그룹 관계자는 "정부 고용유지지원금을 실제로 받는데도 두 달이 걸리는데 이번 자금 지원은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라 중국 부품 협력사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도 총력전을 편다. 현지 직원들을 위해 공장 내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마스크 개별 공급 등 방역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번 휴업의 원인이 된 배선뭉치 ‘와이어링 하니스’ 공장의 조기 가동도 돕는다.

동남아 등 중국 이외의 부품 조달선도 더 넓힌다. 중국 협력사 조업이 재개되면 부품 조달 기간도 최대한 단축할 방침이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 1일 중국 칭다오 총영사관 명의로 중국 내 와이어링 하니스 생산거점인 산둥성 정부에 공문을 보내 일부 공장이라도 생산 재개를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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