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흔쾌히 당신의 기억을 나눠주었습니다. 나는 당신과 연인이 나눈 아름다운 시간을 조금 더 대리 체험했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비좁은 거실, 낡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 함께 영화를 보고, 하루에 있었던 크고 작은 감정들을 나누고, 때로는 서로가 완벽하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사랑을 의심하기도 하고, 불완전한 존재가 서로의 불완전한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이라고 깨닫습니다. 아주 평범한 인생의 단편들입니다. 당신과 당신 연인이 아주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란 걸 느낍니다. 소박한 욕망과 강렬한 신념이 공존하고, 때로 자신들의 신념을 생각만큼 일상에서 구체화하지 못한다는 내적인 반성도 읽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불안할 때, 당신의 연인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연인이 우울할 때, 당신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의기소침한 연인을 일으킵니다. 연인이 화가 났을 때, 당신은 연인보다 더 흥분하기도 합니다.
당신이 부러워요. 저도 이런 결속을 느끼고 싶었어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정서적 라이프 라인. 둘만 걷는 길은 한적한 오솔길이지만 그 길은 사람이 북적이는 도심으로 이어지는 길이 되지요. 반대로 사람들 사이에서 지쳤을 때 살짝 벗어나 한숨 돌리는 오솔길이 되기도 하고요. 내게도 그런 관계가 생길 수 있을까요?
당신에게 한없이 다정했던 연인의 눈빛을 직접 보고 싶었어요. 나를 구원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막무가내 같은 희망이 되었어요. 물론 당신의 연인이 나와 만난다고 나를 사랑하진 않겠죠. 나는 당신이 아니니까. 그래도 당신의 연인이 당신을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 성실하고 다정하게 대한 것을 저는 지켜봤습니다. 제게도 그런 눈빛을 보여줄지도 모르잖아요? 어쩌면 뭐든지 상관없을지도 몰라요. 그냥 죽을 순간을 기다리던 제게, 늘 머물러 있던 공간에서 한 발자국 밖으로 나가 무언가를 시작해보는 계기가 필요한 것뿐일지도 몰라요. 그저 강렬하게 다짜고짜 당신의 연인을 만나러 가고 싶어요.
금세, 당신이 왜 그렇게 간단히 내게 연락처를 알려줬는지 알게 됐지요. 이제 나의 연인이 된, 당신의 전 연인을 나는 쉽게 만났습니다. 걱정할 필요도 없었어요. 우린 만나자마자 손을 잡았고 함께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당신의 답장을 받은 뒤 고작 10분 뒤의 일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