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경심 재판장' 교체…'공정성 시비' 염두뒀나(종합)

머니투데이 이미호 , 김종훈 , 안채원 기자 2020.02.06 18:44
글자크기

[the L]법원 인사, 키워드는 '중도·실력'…'김명수 라인' 반대파 불만 잠재우기…사법부 비판에 '튀지말자' 분위기 작용

법원 '정경심 재판장' 교체…'공정성 시비' 염두뒀나(종합)


6일 단행된 법원 정기인사의 키워드는 '중도'와 '실력'으로 요약된다. 그동안 '김명수 (대법원장) 라인'으로 꼽히는 인사들이 법원 요직에 대거 등용됨에 따라 커졌던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중도파를 적재적소에 기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은 이날 전국 각급 법원 판사 922명에 대한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전국 지방법원 부장판사 386명과 고등법원 판사 56명, 지방법원 판사 480명에 대한 보임 인사를 오는 24일자로 시행하게 된다.



이날 인사에서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판사들의 '인사 총괄권'을 쥔 법원행정처 심의관과 판사 배치와 주요 사건 배당 업무를 총괄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정치권을 포함한 주요 전현직 인사들의 재판 심리를 맡는 재판장들의 교체 및 유임 여부다.

전국 2900여명 판사들에 대한 인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법원행정처 심의관 자리에는 현 심의관인 김영훈 부장판사(고법으로 이동) 대신에 안희길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부장판사가 임명됐다. 안 부장판사는 현 심의관인 김 부장판사와 같이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지만 '정통 김명수 라인'으로 분류되진 않는다는 평가다.



안 부장판사는 2013년 서울중앙지법에서 민사공보관을 지냈고, 2017년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추가조사위(추조위) 위원을 맡았다.

법원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는 "안 부장판사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긴 하지만 당시 회원들을 한꺼번에 많이 뽑아 딱히 성향이 정해져있다고 하긴 어렵다. 일 처리를 꼼꼼하게 하는 '실력파'로 알고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지방에 있는 실력파 판사들이 이번에 서울로 많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총괄심의관으로 임명된 이창열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 역시 '실력파'로 정평이 나있는 인사다. 김병수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은 유임됐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을 꼽자면 '사법부 흔들기 방지용'으로 정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정경심 재판부' 재판장인 송인권 부장판사(51·25기)를 꼽을 수 있다. 송 부장판사는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로 전보됐다.

송 부장판사는 정 교수 사건을 심리하면서 검찰과 여러 차례 충돌해 '편파 재판' 논란을 불렀다. 이에 서울지방법원은 "개인 판사에 대한 과도한 비판은 사법부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이에 법원은 정 교수 재판이 아직 초반이라는 점에서 재판장이 교체돼도 심리에 큰 지장은 없을 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가 '공정성 시비'의 중심에 서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법원 내부에서 이번 인사에서는 '튀지 말자' '중립적으로 법 취지를 살려 조용하게 재판하고 외부로 말이 안나가게 하자' 이런 방침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전 장관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김미리 부장판사(51·26기)는 그대로 남아 조 전 장관 재판을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 첫 재판은 공판준비기일로 오는 12일 열린다.

'사법농단' 재판부는 대부분 유임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 사건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 박남천 부장판사(53·26기)도 이 재판부에 남아 양 전 원장 사건을 마저 심리한다. 이미 심리가 상당 부분 진행된 데다 사건이 크고 복잡해 박 부장판사가 남은 심리를 맡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 윤종섭 부장판사(50·26기) 4년간 근무했으나 그대로 남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6부의 오석준 부장판사는 유임됐다(주심은 사직).

이밖에 삼성바이오로직스 행정 소송을 맡았던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 박성규 부장판사(50·26기)는 서울남부지법으로 전보됐다.

또 법원행정처의 첫 여성부서장으로 윤경아 윤리감사관이 임명됐다. 여성법관이 법원행정처 내 부서장으로 보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