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국민연금이 주주제안 한 정관변경 안건이 부결됐고 석태수 한진칼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의결권 있는 주식 대비 65.46%의 찬성표를 얻어 승인됐다. (한진칼 제공) 2019.3.29/뉴스1
전자투표 도입이 결정되면 한국예탁결제원 등 전자투표 서비스 기관과의 계약을 통해 바로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 주총 개최일 14일 전 소집공고와 함께 전자투표 도입 여부를 안내하기만 하면 된다.
지난해말 기준 KCGI의 한진칼 지분은 17.29%로 2대 주주다.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49%), 반도건설(8.29%)과 손 잡으며 공동지분율이 32.06%로 껑충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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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부사장이 빠진 조 회장 일가 지분 22.45%를 훌쩍 뛰어넘는다. 델타항공(10%)과 카카오(1%) 대한항공 사우회(3.8% 추정) 등의 우호지분을 합치면 5.27%포인트 우위에 서게 되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주총 표대결 양상은 더 치열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KCGI 측은 주총 전까지 지속적으로 여론전을 펼쳐 우군을 더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연금 지지에도 유리조 회장측도 전자투표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참여 주주가 늘수록 적군 표도 늘어나지만 내 표도 늘어난다. 배당 확대 등 적절한 주주 제고 방안을 내놓으면 소액주주들을 회사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국 교민들을 태우고 돌아올 전세기에 탑승하기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공항사진기자단>
하지만 지난해 주총투표 결과를 보면 조 회장이 선뜻 도입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한진칼 주총 참여 지분율은 77.18% 였는데, 조양호 회장 등이 28.93%로 최대주주였고 KCGI 10.81%, 국민연금 7.16%, 타임폴리오 3.61% 등을 들고 있었다.
당시 주총의 주요 안건 중 하나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의 재선임 안건이었다. 투표에서 찬성 65.46%, 반대 34.54%로 재임에 성공했다. 그런데 참여지분율 기준으로 보면 찬성한 지분이 50.52%, 반대한 지분이 26.66%다. 분명히 반대의사를 표시한 KCGI 지분 외 약 15% 이상의 지분이 석 대표의 재선임에 반대한 것인데, 대주주를 제외한 소액주주 지분(24.19%)의 절반이 넘는 수였다.
조 회장은 회사 인력을 동원, 위임장을 모으는 등 여러 선택지가 있다. 불확실성을 높이는 전자투표를 굳이 도입할 유인이 적을 수도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진칼 표대결에서 중요한 것은 불특정 다수의 지지를 기대하기 보단 확실한 내 편을 만드는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전자투표 도입만으로 누구의 유불리를 따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