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송현동 땅 매각은 조 회장에 맞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 세력인 KCGI(강성부펀드)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내용이다.
대한항공의 이번 유휴자산 매각엔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다. 조 전 부사장이 호텔과 레저 사업에 영향력을 발휘해왔는데 송현동 땅은 7성급 호텔을 지으려던 부지이며, 왕산레저개발은 레저 부문의 대표 기업이다.
송현동땅+왕산레저 지분 연내 매각
송현동 부지 매각은 조 전 부사장과 3인 연합을 결성하고 경영권 흔들기에 나선 KCGI가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내용이다. 이번 매각 결정과 함께 대한항공은 본격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들어게 됐다. 조현아-KCGI-반도건설 연합 측의 명분은 한층 약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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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동 부지는 미군부대가 주둔했다가 철수한 3만6642㎡ 면적의 경복궁 인근 노른자위 땅이다. 대한항공은 이 부지에 7성급 한옥호텔 건립을 추진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이 땅의 현재 가치는 5000억~6000억원 선으로 추정된다.
왕산레저개발은 인천 을왕리에 요트 300척 계류시설 '용유왕산마리나'를 운영하는 회사다. 시설 투자금액만 1000억원이 넘어 왕산레저개발 기업 가치도 수천억원에 달한다. 증권가는 두 자산 매각으로 조 회장 측이 7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송현동 사업은 조 전 부사장이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시절 개발을 추진했지만 허가 문제 등 각종 오류를 풀지 못해 결국 좌초됐다. 왕산마리나 역시 조 전 부사장이 채를 잡고 추진했지만 성과가 좋지 않았다. 자산 매각 자체가 조 전 부사장에게 책임을 묻는 메시지다.
지배구조 투명화 '거버넌스위원회' 설치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이사회는 또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투명화 방안도 의결했다. 독립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로 했다. 기존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이었던 우기홍 사장이 위원직에서 물러나고, 대신 사외이사인 김동재 이사를 신규 위원으로 선임했다.
대한항공은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설치를 권고해 온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도 의결했다. 주주가치와 주주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들을 사전 검토하는 조직이다. 역시 사외이사인 김동재 이사가 위원장을 맡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과 건전한 지배구조 정착을 위해 이사회 의결 사항을 착실히 지켜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또 다른 개선 방안들도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명분 쌓아가는 조원태, 3월 주총 정조준이번 대한항공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조 회장 측에 명분과 힘이 실릴 전망이다.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 측에 서 있는 KCGI의 요구사항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KCGI는 올 초 유튜브를 통해 "(대한항공이)송현동 부지를 빨리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대한항공 이사회 결의로 KCGI 요구사항을 대거 수용한 것은 KCGI가 조 회장을 흔들 명분이 상당 부분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다른 오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곧바로 이번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개선안이 발표됐다. 7일로 예정된 그룹 지주사 한진칼 이사회에선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선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경영권분쟁의 모든 초점이 3월말 한진칼 주주총회에 쏠리고 있다. 지금 구도대로라면 표 대결에서 명분과 행동이 앞선 조 회장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송현동 부지 개발과 왕산마리나 운영은 모두 조 전 부사장이 맡았던 사업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정리 대상이 됐다"며 "이는 조 전 부사장 이미지를 지우는 한편 상대방의 공격 명분까지 흐리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