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로 글로벌기업 우환 깊어만 간다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0.02.07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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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중국비중 사스때보다 훨씬 커…전자·IT·자동차·항공·유통 등 전산업분야 타격

중국 상하이에 있는 애플스토어(2019년 5월 10일 사진)/사진=AFP중국 상하이에 있는 애플스토어(2019년 5월 10일 사진)/사진=AFP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으로 인한 글로벌 기업들의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의 확진자수와 피해지역 범위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이미 넘어섰고, 종식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만큼 글로벌 경제·산업에 미칠 나비효과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자·IT·자동차·항공·유통 등 전산업 분야 타격
CNN비즈니스는 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중국의 비중이 17년전인 2003년 사스 당시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우한폐렴으로 인한 기업들의 우환(憂患)은 전자, IT, 자동차, 항공, 에너지, 유통, 명품 등 특정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항공업계는 국경봉쇄, 검역강화, 자발적인 여행 취소로 인해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신화통신과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항공여객 수는 약 6억6000만명으로 2003년에 비해 7배 넘게 폭증했다. 중국 항공시장은 지난해 1510억달러 규모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부상했다.

홍콩 캐세이퍼시픽은 중국 노선 운항을 90% 중단한 가운데, 지난 5일 임직원들에게 3주간 무급휴가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2만7000여명에 달하는 전체 임직원들은 3월부터 6월 사이에 자발적으로 무급휴가를 떠나게 됐다. 오거스터스 탕 캐세이퍼시픽 CEO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은 위기에 직면했다. 현금을 보존하는 것은 이제 회사의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영국항공, 에어아시아, 델타항공, 유나이티드, 루프트한자, 핀에어 등 항공사들은 잇따라 중국 노선 운항 중단에 들어갔다.


캐세이퍼시픽 항공기/사진=캐세이퍼시픽캐세이퍼시픽 항공기/사진=캐세이퍼시픽
삼성전자는 쑤저우에 있는 가전 공장을 9일까지 가동 중단할 계획이다. 쑤저우 및 시안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반도체 공장 특성상 최소 인력으로 공장 가동을 이어가고 있다. 쑤저우, 톈진, 동관 등에 사업장을 운영 중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조업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차도 중국산 부품(와이어링 하네스) 수급문제로 대부분 공장이 7일부터 '셧다운'에 들어간다. 제네시스를 생산하는 울산5공장 1라인, 포터를 생산하는 울산4공장 2라인은 이미 가동을 중단했다. 르노삼성과 쌍용차도 공장을 일정 기간 셧다운할 계획이다. 자동차 부품은 약 3만개가 소요되는데 이가운데 하나만 없어도 정상 조립이 불가능하다.

테슬라도 상하이 공장 가동중단으로 손해를 입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3 인도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한 임원의 발언이 시장에 퍼지면서,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8년래 최악의 하락폭(17.18%)을 보였다.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279억달러(약 32조8000억원)가 빠졌다.

애플은 중국내 전체 애플스토어(42개) 운영을 9일까지 중단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의 피해가 예상보다 훨씬 더 커지면서 운영 중단 기간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전역의 애플스토어가 문을 닫으면서 애플의 수익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에서 스마트폰 가운데 외산 브랜드로는 애플의 인기가 단연 독보적인데, 중국시장 매출은 애플 전체 매출의 약 15%를 차지할 정도다.

(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31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오전 출근조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명촌정문을 통해 퇴근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최근 와이어링(전선 제품)을 공급하는 중국 공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으로 인해 당분간 가동을 멈춰 생산 차질을 겪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이번 주말에 예정됐던 팰리세이드 생산 라인인 울산4공장 특근을 철회했다. 이날 현대차 노사는 단체 휴가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0.1.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31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오전 출근조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명촌정문을 통해 퇴근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최근 와이어링(전선 제품)을 공급하는 중국 공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으로 인해 당분간 가동을 멈춰 생산 차질을 겪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이번 주말에 예정됐던 팰리세이드 생산 라인인 울산4공장 특근을 철회했다. 이날 현대차 노사는 단체 휴가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0.1.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로벌 행사 줄줄이 취소·축소…명품업계 "오프라인 매출 줄어 실질적 충격"
IT·모바일 산업 최대 행사인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도 행사 규모가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이달 24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는 국내외 기업들이 참가를 취소하거나 전시 규모를 최소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창저우 배터리 조립공장의 생산라인을 9일까지 중단한다. 옌청 배터리 공장 건설도 우한폐렴이 불거지면서 춘제연휴부터 건설이 중단된 상태이다. SK종합화학이 지분을 투자한 우한에 위치한 화학공장 '중한석화'는 운영인력을 최소화해 운영중이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루이비통 매장/사진=AFP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루이비통 매장/사진=AFP
에르메스, 루이비통, 불가리, 구찌, 티파니앤코 등 명품업체들도 중국이 최대 시장인만큼 피해가 불가피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소비자들이 집에만 머물면서 럭셔리 브랜드들이 매출 저조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중국 우한의 매장들을 폐쇄하고, 프랑스 파리 등지에 있는 매장에서도 중국 쇼핑객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2019년 전세계 명품 판매 매출의 35%가 중국인들에게서 나왔다.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 지미추, 마이클코어스 등을 거느린 카프리 홀딩스의 존 아이돌 CEO는 이날 성명에서 중국내 매장 약 150개가 문을 닫았다면서 신종 코로나 감염증으로 인해 "실질적인 충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카프리홀딩스는 이번 분기 신종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1억달러 줄어들 것이라면서 감염증 상황이 악화하면 매출 감소폭도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매 시장 역시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 나이키도 중국 매장 절반을 닫았고, 아디다스 역시 '상당수' 중국 매장을 잠정 폐쇄했다고 밝혔다. 두 업체는 문을 연 매장도 영업시간을 줄였고, 고객 역시 줄었다.

한편 중국 증시는 중국 정부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CNN은 "이번주 월요일 중국 증시 매도세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면서 "중국 주요 기업들 시가총액에서 5조원 가량이 증발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중국 증시 버블붕괴때 정부가 국영 금융회사와 국부펀드를 이용해 1조2000억위안 이상 주식을 사들여 주가부양을 하는 등 시장 개입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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