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에 놓인 은박지(알루미늄 포일) 위에서 구워지고 있는 냉동삼겹살(왼쪽)과 닭똥집./사진=박가영 기자, 독자 제공
#라면 매니아인 취업준비생 김지희씨. 김씨의 '원픽' 라면은 양은냄비에 끓인 매운 라면이다. 특히 찌그러지고 낡은 양은냄비에 끓인 라면은 그 맛이 일품. 김씨는 밖에서 라면을 먹을 때 일부러 양은냄비에 끓여주는 곳을 찾아갈 정도다.
쓰기 쉬운 알루미늄 식기, 일상 곳곳에 있다
알루미늄은 자연에 존재하는 금속 중 하나다. 알루미늄 식기는 무게가 가볍고, 열전도율이 높아 음식이 빨리 끓는다는 특징이 있다. 또 쉽게 녹이 슬지 않아 가정이나 식당에서 많이 사용된다.
양은냄비는 가장 흔히 쓰이는 알루미늄 소재 냄비다. 황색인 양은냄비 외에도 백색, 검은색 알루미늄 냄비가 유통되고 있다. 알루미늄 색은 냄비 공정 과정에서 온도, 전압, 알루미늄 합금 종류 등에 따라 달라진다.
알루미늄 식기류는 부피가 작아 운반이 편리하고 깨질 우려가 없다. 사용 후엔 재활용과 폐기처리도 쉬워 캠핑‧소풍 등 야외활동 시 식품을 담거나 싸는 데 활용된다.
그중 알루미늄 포일은 활용도가 유독 높다. 음식을 간단히 포장할 때는 물론 열을 가해 음식을 조리할 때도 쓰인다. 고구마나 감자를 구워 먹거나 외부에서 찌개 등 국물이 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 사용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냉동삼겹살도 알루미늄 포일을 불판에 깔고 굽는 경우가 많다. 한강 공원에서 즉석조리기에 끓여 먹는, 이른바 '한강 라면'도 알루미늄 포일 용기에 담긴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손쉽게 먹는 '커피'도 알루미늄과 무관하지 않다. 커피믹스는 외부의 습기를 차단하기 위해 알루미늄이 포함된 다층포장재를 사용한다. 캡슐 커피 중 일부도 플라스틱이 아닌 알루미늄 용기로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다.
배출된다고 하지만…알루미늄, 파킨슨병·알츠하이머 원인으로 지목돼
양은냄비 안쪽에 알루미늄 포일이 깔아져 있다./사진=박가영 기자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2018년 시중에 유통 중인 양은냄비 등 알루미늄 조리기구 56개를 수거해 각종 음식을 조리한 결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냄비에서 알루미늄이 녹아 나왔다. 특히 산도나 염분이 높은 김치찌개, 라면 등을 조리할 때 더 많은 알루미늄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렇게 녹아 나온 알루미늄이 체내에 흡수되는 경우 대부분 신장에서 걸러져 체외로 배출된다. 문제는 100% 다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다 노출 시에는 구토, 설사, 메스꺼움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내에 쌓인 알루미늄은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대한신경과학회지 보고서에 따르면 파킨슨병 증상을 호소한 40대 용접공의 중금속 검사 결과, 혈청 알루미늄이 27.5 µg/L(리터당 마이크로그램)으로 나타났다. 이 환자는 용접 일을 그만두자 혈청 알루미늄 농도가 2.4 µg/L로 정상범위(0~6 µg/L)에 들어오게 됐고, 증세도 호전됐다. 또 알츠하이머 환자들에 뇌에서 알루미늄 성분이 일반인에 비해 많이 검출됐다는 역학 연구도 있다.
"조리기구 통해 알루미늄 섭취 가능…주의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식약처 안내에 따르면 산도가 강하거나 염분이 많은 식품은 알루미늄 식기의 금속 성분 용출을 증가시킨다. 때문에 알루미늄 재질의 용기에 장기간 보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알루미늄 식기를 활용해 음식을 조리 및 세척할 때에는 부드러운 재질의 기구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금속 수세미 등으로 인해 흠집이 생기면, 알루미늄이 쉽게 용출하거나 음식물 찌꺼기가 이 공간에 끼어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다.
또 알루미늄 포일은 고온을 가했을 경우 알루미늄이 녹아 음식물에 흡수될 수 있다. 불판 등에 올려 직접 가열해 사용하는 건 피하는 것이 좋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조리기구를 통해서도 알루미늄 섭취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며, 특히 산도나 염분이 높은 식품에 장기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