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립다" 집에 갇힌 베이징 주재원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2020.02.06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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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돌아온 일부 베이징 주재원 가족들 '잠복기 우려'에 병원 진료에 어려움 겪어

"사람이 그립다" 집에 갇힌 베이징 주재원들


'사람이 그립다' 길어지는 고립생활
공공기관의 베이징 주재원 A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부터 연다. 가족이 없는 집안이 썰렁해서다. A씨는 "환기라도 시켜야 그나마 활기라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급증하고 우한(武漢) 지역 봉쇄령이 내려지던 지난달 말 이후 신종 코로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가족들은 지난달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때 귀국했다.



그의 회사는 중국정부의 춘절연휴 연장지침에 따라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당 초 1월31일 연휴가 끝나는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업무 복귀일이 2월3일로 다시 2월10일로 미뤄졌다.

말이 재택근무지 사실상 자가격리 상태다. 매일매일 업무보고를 올리고 있지만 답답한 상황은 어쩔 수 없다. A씨는 "가까운 사람들을 잠깐 만나는 것도 서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하는 일상이 너무 그립다"고 말했다. 잠시 밖으로 나갈 때면 마스크도 하고 위생장갑도 착용한다. 그는 "감금에 가까운 생활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것이 더 답답하다"면서도 "사태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韓돌아간 주재원 가족, '차가운 시선'에 위축
금융기관의 베이징 주재원 B씨는 춘절때 가족과 함께 귀국했다. 회사에서 연례회의가 있어 겸사겸사 택한 한국행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면서 그는 회사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회사에서 사무실에 나오지 말라고 했기 때문. 회의도 결국 컨퍼런스콜로 참여해야만 했다.

B씨는 "무증상 전파에 대한 우려가 있던 때라 적절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혹시라도 주변사람에게 감염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위축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이 무사히 한국에 들어간 것은 다행이지만 친척집에 임시로 머무르고 있어 불편한 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이 중국에서 돌아온 지 14일(신종 코로나 잠복기)이 안됐다는 이유로 병원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다. 실제 B씨의 지인은 치과를 방문했지만 중국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했다.


B씨는 "개학이 미뤄지면서 동네학원이라도 보내야 하는데 중국에서 머물다 온 아이들을 따돌린다는 얘기도 있어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베이징 소재 우리나라 공공기관 등은 대부분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아직 주재원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공공기관은 없다. 다만 주중 한국대사관의 외교관들은 지난 3일부터 정상 출근을 하고 있다. 한국인 행정직원은 필수요원 약간명만 출근하고 있고, 중국인 행정직원은 출근하지 않고 있다. 한국교민을 상대로 업무를 해야 하는 만큼 외교관들은 재택근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中공장 멈춰세운 韓 기업들, 오는 10일 재개 여부에 관심
중국에 진출한 대다수 한국기업은 중국 정부의 춘절연휴 연장지침에 따라 공장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현지공장의 가동을 9일까지 중단한다.

LG디스플레이는 옌타이(煙臺) 액정표시장치(LCD) 모듈공장과 난징(南京) 공장 모두 가동을 중단했다. 패널 생산을 담당하는 광저우(廣州)공장의 경우 중단 이후 재가동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 가동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안(西安)과 쑤저우(蘇州) 생산라인을, SK하이닉스는 우시(無錫)생산라인을 최소 인력으로 가동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창저우(常州) 배터리 조립공장, LG화학은 난징 배터리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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