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배당률에도 웃지 못하는 배당주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2.05 14:07
글자크기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경자년(庚子年) 새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0.01.02.    bluesoda@newsis.com[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경자년(庚子年) 새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0.01.02. [email protected]


저금리 환경 속에서 5%대의 적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고배당주에 대한 투자심리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가 하락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시가배당률 4% 이상(보통주 기준)을 발표한 기업은 18곳에 이른다. 전통적인 배당주인 은행, 보험기업들이 결산 실적 발표와 함께 배당을 확정하면서 고배당 기업이 늘어났다.



하나금융지주 (52,400원 ▼1,100 -2.06%)는 전날 장후 시가배당률 4.2%(주당 1600원)을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2월 26일까지 하나금융지주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라면 이날 종가 대비 4.2%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나은행이 이날까지 가입을 받는 연 5%대 정기적금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더 높다. 적금의 최대 투자금액인 월 30만원씩 1년을 납입하면 만기 이자를 8만2650원(세후) 받을 수 있다. 이 적금 상품에는 최소 100만명 이상이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적금 금리기 때문에 총 예금 금액인 360만원에 비교하면 이율은 2%대로 떨어진다.



현재까지 배당을 발표한 금융주 중에서는 푸른저축은행 (9,590원 ▼10 -0.10%) 6.73%, 현대차증권 (8,470원 0.00%) 5.80%, 메리츠종금증권 (6,100원 ▼200 -3.17%) 5%로 시가배당률이 높았다. 삼성카드, 삼성증권, 메리츠화재, 교보증권, 오렌지라이프 등도 4%대 배당을 결정했다. 이날 장후에는 신한지주가, 다음날에는 KB금융의 실적이 공개돼 고배당 기업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반 기업 중에서는 세아특수강(6.40%), 아바코(4.90%), 삼양패키징(4.70%), GS홈쇼핑(4.20%) 등이 높은 시가 배당률을 기록했다. 대체로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고, 꾸준하게 이익이 창출되는 기업들이다.

대기업들도 지배주주의 사정에 따라 배당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롯데지주는 최근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배당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 계열사의 지분을 현재 오너 일가가 상속받기 위해선 막대한 금액의 상속세가 필요한데, 유력한 재원 마련 방법 중 하나가 배당을 늘리는 것이다. 한진그룹도 경영권을 놓고 남매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배당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높은 배당률에도 불구하고 투자 심리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배당 금액을 뛰어넘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가 발표하는 코스피고배당50지수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2116.62로, 올해 들어 7.2%가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배당주도 '주식 투자'이므로 매입 가격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말에는 배당 기대감에 매입 자금이 몰려 주가가 비싸진다"며 "연중 주가가 하락한 경우를 포착해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실적이 뒷받침되는 지도 중요하다. 회사에 현금성 자산이 있어야 배당할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제마진 감소, 석유개발사업 광구 손상 등으로 지난해 실적이 부진해 최근 주당 1400원(시가배당률 0.9%)의 배당을 발표했다. 지난해 주당 6400원(3.5%) 대비 5000원이 줄어든 것이다. S-Oil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66.5% 감소해 배당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금리 하락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고배당지수 중에는 금융주의 비중이 매우 큰데 국내 금융주들은 해외에 비해 유독 금리에 연동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해에도 주가 부진과 저금리 환경 속에서도 고배당지수의 성과가 부진했던 이유"라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