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이재용 '양형' 줄일까

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2020.02.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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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김창현 기자 chmt@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 측 요구로 고안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4일 공식 출범했다. 오는 14일 다시 공판준비기일로 열리는 이 부회장 재판에서는 준법감시위를 둘러싼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측 공방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준법감시 위한 '전문심리 위원' 정했다"vs"총수 뇌물 사건에 적절치 않은 제도"
이 부회장과 특검 측은 최근 준법감시위에 대한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놓고 정반대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삼성이 준법감시위를 설립하겠다고 말하자 지난달 17일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삼성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점검해 이 부회장의 양형 요소로 반영하고, 운영행태를 점검하기 위한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1일 변호인단은 준법감시위 전문심리위원을 선정, 재판부에 명단을 제출했다.



반면 이보다 앞선 지난달 31일 특검은 재판부에 '전문 심리 절차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특검은 전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사건을 심리할 때 활용되는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이 부회장의 뇌물 사건에 도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변호사로 이뤄진 전문심리위원단이 만들어진다 해도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판단할 전문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을지, 짧은 시간 내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뭐길래
준법감시위는 삼성 그룹 전반의 기업 운영과 경영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각종 불법행위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된다.

초대 위원장은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이 맡는다. 김 전 대법관은 2014년 삼성전자 백혈병문제조정위원장과 2016년 구의역사고 진상규명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지난해에는 김용균 씨 사망사고 관련 진상규명위원장도 맡았으며, 현재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과 삼성 측에 "준법경영 강화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에 대한 후속 대책이다.

정 부장판사는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이 부회장과 삼성에게 과감한 혁신,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재벌체제 폐해 시정 등 3가지를 주문했다. 또 지난해 12월6일 3차 공판에서는 "정치 권력으로부터 또 다시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그룹 차원의 답"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이재용 파기환송심의 핵심 키, '양형'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의 쟁점은 단연 '양형'이다. 법조계는 이번 재판을 놓고 "'양형을 놓고 벌이는 싸움'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고 분석한다.

우리나라 최고법원인 대법원에서는 최종적인 법리판단을 한다. 모든 하급심 재판부는 대법원이 내린 판결을 참고해 사안을 판단한다.

당초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던 이 부회장은 대법원에서 2심보다 불리한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이 부회장이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말 3마리의 뇌물성과 승계작업 여부를 모두 인정하지 않고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여원만 뇌물액으로 인정했던 법원 판단 때문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 미만이어야 최저 징역 3년 선고가 가능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이 판단을 이 부회장에 불리하도록 뒤집었다. 2심 판결에서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부분이 유죄 취지로 변경됐다. 말 3마리 가격 34억여원과 영재센터 뇌물 16억여원이 유죄로 인정되면서 이 부회장의 총 횡령액은 86억여원으로 늘어났다. 사실상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기준을 넘어, 실형이 선고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이 실형을 피하기 위해선 '양형심리'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삼성이 준법감시위를 출범시키는 등 파기환송심 양형에 반영될 요소들에 힘을 쏟는 이유다.

이 부회장 측도 파기환송심 첫 재판 당시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변론할 생각"이라며 "저희로서는 대법 판결에서 한 유무죄 판단을 달리 다투지 않고, 오로지 양형 판단을 다투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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