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 무료 취소해주는데 되레 욕먹는 여행사, 왜?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2.0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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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확산에에 동남아까지 무료 취소 요구 급증…호텔·항공사에도 눈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국내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나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지난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중국인 관광객들 뒤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안내 영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국내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나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지난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중국인 관광객들 뒤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안내 영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보다 먼저 중국 지역 여행취소도 돕고 있는데 솔직히 억울하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확산으로 해외여행을 취소하는 여행객들이 잇따르면서 여행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화권 여행상품에 대해 무료 취소를 진행하자 인근 동남아 지역 여행상품 예매자들까지 무료 취소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여행업계는 업황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도 손해를 감수하고 중국여행 취소수수료 면제 등을 결정했는데 오히려 욕만 먹는다며 억울함을 토로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국내 주요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들이 일제히 지난달 28일부터 중국 지역 여행상품의 취소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신종 코로나 발생지인 우한으로 향하는 여행상품은 없지만, 중국 본토 전역에서 확진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주요 관광지도 폐쇄돼 여행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전염병에 대한 취소수수료 면제 규정은 따로 없지만 '정상적인 일정 운영이 어려울 경우'라는 규정에 따라 고객 편의를 위해 2월 출발하는 중국행 상품에 대한 취소수수료 면제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여행사 관계자도 "이미 업무나 학업 등 상용목적을 제외한 관광객 대다수가 여행계획을 철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무료로 취소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자가 확산되고 있는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탑승수속 대기 공간이 한산하다. /사진=뉴스1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자가 확산되고 있는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탑승수속 대기 공간이 한산하다. /사진=뉴스1
문제는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 등 다른 지역의 여행상품을 예약한 고객들까지 무료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행사들에 따르면 최근 중국과 인접하거나 중국인 관광객이 많다는 이유로 이달 예정된 동남아나 호주, 유럽 지역 여행을 취소하는 문의가 빗발친다. 지난주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여행사 본사에는 캄보디아 항공권을 환불해달라는 고객이 찾아와 직원에게 폭언을 하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여행사들은 중국 외 지역까지 무료로 취소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체 패키지여행 상품은 몰라도, 항공권이나 호텔의 경우 여행사가 계약을 중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업체들의 정책에 변동이 없다면 취소수수료를 면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단 것이다. 현재 대한항공 등 항공업계와 글로벌 호텔체인들은 중국 내 상품에 대해 취소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지만, 베트남 등 다른 국가까지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일부 여행사들은 최근 실적이 고꾸라지는 와중에도 손해를 감수했는데 고객과 항공사, 호텔 사이에서 파렴치한 업체로 낙인찍히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실제 지난해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일본여행 불매' 여파로 여행사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4분기 30억원 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에는 신종 코로나 악재까지 겹치며 송객 실적이 전년 동월 대비 반토막(49.7%) 났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중소 여행사들과 영세업체 중에는 개점휴업과 다름없는 상황에 놓인 곳도 많다는 설명이다.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행업 알선수수료 및 여행취소수수료 법정 공론화'를 요구하는 청원에 게시됐다. /사진=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 캡처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행업 알선수수료 및 여행취소수수료 법정 공론화'를 요구하는 청원에 게시됐다. /사진=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 캡처
일각에선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가 국민들의 해외여행 심리에 직결되는 만큼, 정부가 보다 신속하게 조치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한 여행사 사장은 "일부 손님들이 항공사 취소수수료를 여행사가 받고 호의호식하는지 알고 도둑놈인 양 몰아붙인다"며 정부가 재난 사태 시 여행취소나 수수료 문제 등에 대한 법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여행업계에 대한 발 빠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정부는 관광 관련 17개 업종을 대상으로 720억원 규모의 특별 융자 등을 실시한 바 있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사태가 빠르게 진화돼 여행심리가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것이 최선"이라면서도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업체에 대한 손실 보전 등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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