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오전 출근조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명촌정문을 통해 퇴근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최근 와이어링(전선 제품)을 공급하는 중국 공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으로 인해 당분간 가동을 멈춰 생산 차질을 겪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이번 주말에 예정됐던 팰리세이드 생산 라인인 울산4공장 특근을 철회했다. 2020.1.31/사진=뉴스1
車생산 '올스톱' 위기인데…'뾰족한 수' 없다
차업계에 불어닥친 '신종 코로나' 여파./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국내 자동차 생산 셧다운이 현실화하자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 산업은 2018년 국내 제조업 생산의 13%, 수출·고용의 11%를 각각 차지한 핵심 산업이다. 이번 사태가 실물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한 셈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3일) 자동차, 부품 업계가 참석한 가운데 수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대(對)중국 수출입, 소재‧부품 수급 관련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데다 한국 만을 위해 공장을 가동하는 예외규정을 만드는 것도 어렵다"며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대처가 가능한지 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車 산업구조 못 바꾸면 더 큰 위기 온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사태로 봉쇄되면서 현지에 진출해있는 세계각국의 자동차회사 등 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사진은 2014년 9월 23일 우한의 제네럴 모터스 조립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엔진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 2020.01.28. 우한=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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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위기를 넘기더라도 언제든지 비슷한 상황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한국 자동차 산업계의 독특한 '거래구조'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는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전속거래 형태로 공급받는다.
그런데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협력업체 중국공장에서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완성차 생산 셧다운 사태까지 번졌다는 것이다. 반면 글로벌 소싱을 하는 모기업을 두고 있는 르노삼성과 한국GM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구조를 건드리지 않고는 근본적 문제 해결이 어려운 셈이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 자동차업계는 사실상 '종속거래구조'로, 성장기에는 좋지만 위기에는 취약하다"며 "가뜩이나 부품업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는다면 위기가 계속 닥치는 것은 물론 막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도 전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태는) 사측 경영진이 천재지변에 대비해 부품 수급망에 대한 다양한 옵션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부품 공급망에 다양한 옵션을 만들어 다시는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