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투자한 사모펀드 손실 세금으로 메꿔주나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20.02.0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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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펀딩 '동산담보대출' 투자 사모펀드 환매연기…부실 동산담보대출 인수땐 사모펀드 손실 최소화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에서 2번째)이 2019년 11월26일 경기도 파주 팝펀딩 물류창고에서 혁신금융 추진현황을 점검하고 혁신사례를 공유하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 사진제공=금융위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에서 2번째)이 2019년 11월26일 경기도 파주 팝펀딩 물류창고에서 혁신금융 추진현황을 점검하고 혁신사례를 공유하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 사진제공=금융위


P2P(개인간)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사모펀드를 세금으로 메꿔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70억원 규모의 ‘자비스팝펀딩홈쇼핑벤더5호’ 사모펀드의 만기가 지난달 21일 돌아왔지만 되돌려 주지 못하고 상환일정을 3월로 미뤘다.

‘자비스팝펀딩홈쇼핑벤더5호’는 P2P금융회사인 팝펀딩의 ‘동산담보대출’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팝펀딩은 홈쇼핑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중소업체(홈쇼핑벤더)에 판매 물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판매가 완료되면 대출을 회수한다. 팝펀딩은 대출은 물론 재고관리, 물류서비스까지 제공해 금융위원회가 ‘동산금융 혁신사례’로 꼽았던 회사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1월 팝펀딩 물류창고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동산담보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부실이 발생하는 경우 캠코가 담보물 매각을 대행하거나 직접 담보물이나 부실채권을 사들일 수 있도록 예산 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예컨대 홈쇼핑에서 판매되지 못한 재고를 캠코의 온라인 공공자산 처분시스템인 온비드를 통해 팔아주고 이도 여의치 않으면 캠코가 정부예산을 들여 재고나 부실채권을 반값에 사들이는 것이다. 이 경우 동산담보 대출 부실 규모를 줄일 수 있다.

정부가 예산까지 투입해 동산담보대출 부실을 도와주기로 한 건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동산담보대출이 부실해졌을 때 처리할 방법이 없어 동산담보 대출에 나설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엉뚱하게 사모펀드 손실만 세금으로 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팝펀딩의 대출 부실 규모가 줄어들면 그만큼 팝펀딩 상품에 투자한 사모펀드 수익률은 좋아진다.



팝펀딩 상품에 투자한 사모펀드는 환매연기가 결정된 ‘자비스팝펀딩홈쇼핑벤더5호’ 외에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향후 만기가 도래하는 팝펀딩 동산담보대출도 제때 상환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있다. 팝펀딩의 연체율이 최근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날 팝펀딩이 홈페이지에 공시한 연체율은 43.60%에 이른다. 상환예정인 원금 중 절반 가까이가 연체중이라는 말이다.

금융당국은 아직 동산담보대출 회수지원기구가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지원 대상도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동산 담보만으로 대출을 받지 못했던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회수지원기구 설치를 추진중”이라며 “아직 지원 대상, 방법 등이 정해지진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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