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빈틈 노린 강성부…만났던 기업들은 실적 곤두박질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반준환 기자, 김도윤 기자 2020.02.03 05:10
글자크기

[KCGI의 민낯]행동주의 펀드 표방하지만 수익률에만 관심…M&A 후유증 요진건설·현대시멘트 이익 급락

강성부 KCGI 대표는 지배구조 개선이란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간 투자 행보를 보면 상속문제에 골몰하는 기업 오너를 찾아 승계 플랜을 세워주고 이익을 챙겨나오는 사례가 많았다.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였던 강 대표가 투자업계에 본격 뛰어 든 것은 2015년 LK투자파트너스 대표로 부임하면서부터다. LK투자파트너스는 범 LG가(家) 구본욱 대표가 인수한 투자회사(옛 KC제뉴인)다.

강 대표는 LK투자파트너스에서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웠다. 첫 투자 대상은 ‘와이시티’ 아파트로 유명한 요진건설산업이었다. 550억원 규모의 ‘엘케이 제1호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조성, 2015년 6월 요진건설 공동창업자인 고(故) 정지국 회장의 지분 45.2%를 인수했다.
강성부 LK투자파트너스 대표(전 신한금융투자 크레딧애널리스트) / 사진제공=더벨강성부 LK투자파트너스 대표(전 신한금융투자 크레딧애널리스트) / 사진제공=더벨


정 회장의 급작스레 타계로 유족들은 막대한 상속세를 물어야 할 처지였다. LK투자파트너스는 그 빈 틈을 노렸다. 비상장 건설사의 지분을 상속하면 지분의 시장가치를 최대 4배 높게 산정, 최고 65%의 세율이 매겨진다. 유족들은 약 15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물어야 할 판이었다.



LK투자파트너스는 유족 대신 지분을 사들여 상속세를 줄여주는 방식으로 법을 우회했다. 국세청에서 문제를 제기했으나 소송으로 맞서 이겼다. 결국 500억원대에 인수한 요진건설 지분 45.2%를 최 회장(공동창업자 겸 1대주주)에게 1000억원 이상의 가격에 넘기고 2년 반 만에 차익을 회수했다. 투자 수익률은 100%에 달했다. 그러나 지배구조 개선에 성공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단지 기업 오너의 ‘상속 도우미’ 역할을 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공교롭게 LK투자파트너스가 들어가면서 실적이 둔화된 것도 지켜볼 대목이다. 요진건설은 2014년과 2015년 영업이익 100%대 이상 성장을 이어왔는데, LK투자파트너스의 투자가 이뤄진 직후인 2016년 영업이익 13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줄었고, 2017년에는 88.9% 급감한 145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영업이익은 6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대주주 빈틈 노린 강성부…만났던 기업들은 실적 곤두박질
대원건설도 상황은 같았다. 투자 당시 창업주인 전영우 회장의 장남인 전응식 대원 대표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이었다. LK투자파트너스는 2017년말 26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해 대원건설의 지분 32%와 대원지주회사 지분 10%를 확보했는데 여기서도 명목만 지배구조 개편일 뿐, 사실 회사의 지주회사 체제완성을 돕는 역할만 했다.


현대시멘트 인수도 지배구조 개선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2017년 6000억원 중반대 가격에 현대시멘트 지분 86.4%를 인수했지만, 과정을 보면 현대시멘트를 실제 인수하려 했던 한일시멘트를 돕는 중간자 역할만 했다는 지적이다. LK투자파트너스와 한일시멘트가 각각 51.3%, 48.7%를 투자해 설립한 HLK홀딩스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후 사명을 한일현대시멘트로 변경했고, LK투자파트너스는 강 대표가 회사를 떠난 이후인 지난해 7월 HLK홀딩스 지분 전부를 한일시멘트에 넘기면서 투자금을 회수했다. 500억원이 넘던 현대시멘트 영업이익은 LK투자파트너스 인수 이후 200억원대로 뚝 떨어졌고 지난해에도 352억원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지금 KCGI도 사실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보다는 주가를 올려 수익률을 올리는 것에만 더 몰두하는 것 같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KCGI는 처음부터 경영권이 아니라 주가를 올려서 팔 생각으로 들어왔다고 봐야 한다”며 “경영권 분쟁 이슈가 커져서 주가가 오를수록 KCGI에는 이득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