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기업개선 명분, 단기차익 노림수 우려
강성부 LK투자파트너스 대표/ 사진제공=더벨
이로써 KCGI가 확보한 한진칼 지분은 기존 17.29%(5917만458주)에서 32.06%로 늘어났다. 반도건설 지분 8.28%(총 489만9525주. 대호개발 3.62%, 한영개발 3.82%, 반도개발 0.85%)에 조 전 부사장 6.49%(383만7394주)가 더해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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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오너갑질 대명사 된 조현아 포섭한 KCGI결국 KCGI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맞설 수 있는 진영을 확보했으나 도덕성에는 큰 흠집이 났다. KCGI가 파트너로 손을 내민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을 총 지휘했던 인물이며 '땅콩회항'으로 대표되는 갑질의 대명사다.
KCGI는 그간 오너중심 지배구조와 한진일가의 경영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아울러 대한항공의 경영실패 요인으로 호텔과 부동산 사업을 지목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를 매각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신민석 KCGI 부대표는 지난 연말 유튜브 방송에서 "한진그룹, 특히 적자를 지속적으로 안기는 호텔업 등 비수익 사업의 정리가 필수적"이라며 "칼호텔 네트웍스의 부진과 진에어의 국토부 제재 등 때문에 경쟁사들이 성장할 때 매출이 지연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KCGI가 숱하게 지적해온 대한항공의 적자사업에 조 전 부사장의 책임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다. 그의 땅콩회항 사태는 대한항공 불매운동과 강성노조 탄생, 한진그룹 규제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땅콩리턴'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피의자신분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후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으로 출두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KCGI도 이런 부담을 느낀 탓인지 조 전 부사장을 포섭한 후 반도건설과 함께 "저희 세 주주는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공동성명서를 냈으나 "너무 궁색해 보인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였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KCGI가 명분을 어떻게 내세워도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 속성을 버리기 어렵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장래를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KCGI의 이중적인 행태는 처음이 아니다. 한진그룹에 앞서 경영권을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이노와이어리스에서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소액주주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독소 CB(전환사채)를 발행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KCGI는 2018년 11월7일 LIG넥스원과 함께 이노와이어리스 경영권(창업주 지분 111만2727주, 18.27%)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회사가 △2019년 3분기~2021년 3분기 평균 영업이익률 5% 이상 △2017년~2021년 연평균 매출 10% 이상 성장 등을 달성하지 못하면 이자율이 7.5%로 껑충 뛴다.
CB발행 시점인 2018년 3분기 이노와이어리스는 145억원 매출액에 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에 KCGI가 내건 조건이 무리라는 불만이 소액주주들 사이에 제기되기도 했다.
이자율도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당시 회사의 은행 대출 이자율은 2.49~2.82% 수준에 불과했다. 상장사 CB 이자율은 보통 3% 이하이며, 무이자로 가는 경우도 많다.
회사 부채비율은 CB 발행 전 31.75%였으나 2018년 말에는 45.42%로 크게 상승했다. KCGI의 강성부 대표는 이노와이어리스 이사로도 선임, 실제 경영의사 결정에 관여하고 있다.
상장기업 한 CFO(최고 재무책임자)는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자를 더 내도록 하는 것은 CB 보유자인 최대주주에게 극도로 유리한 조건"이라며 "기업이나 다른 주주들의 권리침해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CB에는 증자나 주가변동에 따른 전환가격 변동조항만 붙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재무요건을 투자옵션으로 붙이는 것은 기업사채 업체 외에는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 역시 "배당에 있어서도 최대주주 몫을 소액주주들에게 돌리는 경우는 많지만, 이노와이어리스는 그 반대 케이스"라며 "기업에 적자가 났다면 오히려 이자율을 줄여줘야 여력이 생기는데 오히려 페널티를 물리는 셈"이라고 언급했다.
이 밖에 KCGI 설립 전 강성부 대표가 일했던 LK투자파트너스는 요진건설 공동창업주(故 정지국 회장) 일가의 상속세를 편법으로 줄여 가업승계를 지원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당시 국세청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패했고 LK파트너스는 이와 관련해 투자금의 2배 넘는 수익을 거둔 후 지분을 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