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배당금 동결 삼성전자, 올해 깜짝 증액하나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20.02.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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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95>미래 실적 개선 확실해지면 배당금 증액 나온다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2년간 배당금 동결 삼성전자, 올해 깜짝 증액하나


“2019~2020년 2년간 배당금을 동결합니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2017년 10월 향후 3년간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면서 2019~2020년 배당금을 2018년 수준과 동일하게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발표대로 2019년에 배당금을 증액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11년을 제외하고 배당금을 동결하거나 축소한 적이 없었다. 그해 당기순이익이 크게 감소했을 때도 말이다.



삼성전자는 2011년 1분기 순이익이 30% 감소하고 연간 순이익이 15% 감소하자 적정배당과 투자확대를 이유로 그해 배당금을 45%나 줄였다. 그러나 그 다음해 배당금을 46% 상향했고 2년 후엔 79%나 늘려 2011년 감소분을 만회했다.

그리고 2014년 연간 당기순이익이 23% 감소했어도 오히려 배당금을 39%나 증액했고 그 다음해인 2015년에 당기순이익이 2년 연속 감소했을 때에도 배당금을 2% 올렸다. 그 후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0%, 46%, 65%씩 큰 폭으로 상향해 2015년 소폭 증액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해줬다.



지난해엔 당기순이익이 –51%나 감소했다. 그리고 배당금은 2017년 발표대로 증액 없이 동결됐다. 당기순이익이 반토막 났는데 배당금이 축소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판이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2017년 발표대로라면 올해까지 삼성전자 배당금은 한 푼도 증액이 없다. 삼성전자 배당금은 분기당 354원(우선주는 355원)으로 1년에 4번 배당금을 지급한다. 만약 1월 말 종가에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해 1년간 보유하면서 4번의 분기 배당금 총액 1416원(우선주는 1417원)을 받으면 배당수익률이 2.5%(우선주는 3.0%)가 된다.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제외하고 배당금 수입만으로 수익률이 연간 2.5%라면 상당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의 1년 정기예금 이자율은 2%도 안되는 1.6%에 불과하다. 따라서 배당금이 2년째 동결돼도 삼성전자는 여전히 은행 정기예금 이자소득보다 높은 배당소득을 제공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가급적 빨리 배당금을 증액하기를 바라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일치된 전망이다.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증권가는 올해 삼성전자 매출액이 전년 대비 9.9% 성장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7.9%, 42.4%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D램 반도체 스팟 가격도 장기간 이어진 하락세에서 벗어나 최근 오르는 현상을 보이는 등 업황 정상화 과정을 겪고 있다. 지난달 30일 2019년 4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5G 스마트폰 시장 성장에 따라 올해 메모리 시장이 작년 대비 성장하는 것에 대한 이견은 없다”며 “올해 D램 메모리 반도체는 견조한 수요 증가에 따라 안정적인 시장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미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 반등을 예견하고 일찌감치 주가에 선반영됐다. 지난달 9일 삼성전자 주가는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운 뒤 2거래일 만에 6만원선 위로 올라섰다. 액면분할(50:1) 이전 주가로 환산하면 300만원으로 3년 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했다며 증권가에서 한창 흥분했을 때도 도달하지 못했던 꿈의 가격이다.

그리고 지난달 20일 기업가치를 의미하는 시가총액(=주가×발행주식수)마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당 가격은 이미 역대 최고가를 훌쩍 뛰어넘었지만 자사주 소각 등으로 인해 발행주식수가 준 탓에 시가총액은 뒤늦게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게 됐다.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증권가에서 제시한 삼성전자 목표주가 범위는 6만3000~7만5000원이다. 목표주가 7만5000원은 액면분할 전 주가로는 375만원과 같다.

재무학엔 배당 결정을 통해 기업의 미래 실적 전망을 외부자에 알린다는 배당신호이론(dividend signaling theory)이란 게 있다. 외부자들은 기업의 중요한 정보를 알 도리가 없어 항상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에 놓여 있다. 이때 회사가 미래 실적 전망을 발표해도 100% 신뢰하기가 어렵다. 회사가 주주를 안심시킬 목적으로 미래 실적을 부풀려 말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실적 전망만 발표 하지 않고 배당금을 증액한다는 발표도 함께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올해와 같이 실적이 반등하고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일 때 삼성전자가 배당금 증액을 깜짝 발표하면 그야말로 외부자에 100% 신뢰를 주는 가장 확실한 메시지가 된다. 나아가 올해 실적 개선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경영진의 전망을 외부자에게 확실히 전달해주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삼성전자의 배당금 증액 발표가 더욱 기다려진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2019년 4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D램 메모리 반도체 재고는 올 상반기 내 정상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마 그때쯤 삼성전자가 미래 실적 전망에 좀 더 자신이 생겨서 '깜짝' 배당금 증액 발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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