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구 줄었는데 집값 안잡히는 이유 있다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20.02.0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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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서울에 집중된 인프라를 분산하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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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구 줄었는데 집값 안잡히는 이유 있다


2010년 이후 서울 인구는 감소했고 주택 공급은 증가했다. 그런데도 2015년부터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기 시작했고 최근 3년간 집값이 지방은 –1.3% 떨어졌으나 서울은 11.5% 상승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벌어졌다.

통계청 ‘인구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서울 인구는 2015년 990만명에서 2018년 967만명으로 줄었으나 같은 기간 주택은 279만호에서 289만호로 늘었다. 하지만 1인 가구 증가로 가구수는 2015년 391만에서 2018년 398만으로 7만 가구가 증가했다. 인구가 감소했지만 가구수는 증가하면서 주택 실수요자가 늘어났다.



이는 서울 부동산 가격 안정화가 인구수 감소와 주택 증가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설령 현재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린다 해도 부동산 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서울로 향하는 발걸음이 줄지 않으면 실수요에 투기수요까지 더해져 가격 상승의 불씨는 꺼지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국내인구이동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전체 인구 이동률(인구 100명당 이동자수)이 13.8%로 전년보다 -0.4%p 감소한 가운데 서울은 5만명 가량 빠져나가 순이동률 –0.5%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8년 -11만명 순유출에 비해서는 대폭 줄었다.



2018년에는 지방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지만 서울은 전체 부동산 평균 6.2%, 아파트 8.0% 상승했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 지방으로 전출한 사람들 중 집값 급등을 사유('주택)로 든 사람이 9만8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는 서울 전체 부동산 평균 1.3%, 아파트 1.1% 증가에 그치면서 ‘주택’을 사유로 한 전출이 6만8000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대신 서울로 전입한 사유가 ‘직업’ 4만5000명(+1만5000명), ‘교육’ 2만7000명(+5000명)으로 전년보다 증가했다.

이처럼 서울의 전출입 특징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값 싼 ‘주택’을 찾아 인근 경기와 인천 지역으로 이주했다가 ‘직장’과 ‘교육’을 위해 다시 돌아온다는 데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자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투기적 대출수요를 억제하고 세제를 강화하며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요 측면을 강조해 부동산 투기수요를 잡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지속적인 공급량 증가로 장래 주택이 부족할 것이란 불안감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수요·공급 대책으로 투기수요 억제하고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공급량을 늘려도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가져오기에는 역부족이다. 공급할 땅은 제한적이고 실수요는 계속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회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한 좋은 직장과 교육 환경을 찾아 서울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

수요에 맞춰 공급을 무한정 늘리기 어려운데다 설령 늘려도 도시집중화가 가속화되는 부작용이 있다. 재건축, 재개발을 완화한다면 당장 그 지역과 인근을 중심으로 투기수요가 몰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동안 서울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것은 서울에 모든 산업, 교육, 문화 등이 집중돼 있어 잠재수요자가 그만큼 많았단 얘기다. 그런데도 수요를 줄이거나 공급량을 늘릴 수 없다면 서울에 집중된 경제, 행정, 교육, 의료 등 인프라를 총체적으로 지방으로 분산해 수요를 전환해야 한다.

물론 단기간에 달성하긴 어렵다. 자립적 지방분산화를 위해 사회 전반에 걸친 합의를 이뤄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오랜 세월 이어진 부동산 불패 신화를 잊지 못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경우도 많다. 장기적 안목으로 중간에 끼어드는 잡음까지 이겨내야 하는 일이다.

실수요를 제어할 수 없으면 투기수요도 막을 수 없다. 일시적 가격상승을 과장하거나 단기처방에 의존하기보다는 서울에 집중된 인프라를 분산해 실수요를 전환하고 투기수요를 줄여야 장래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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