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
빛의 속도로 퍼지는 이 바이러스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생물학자들은 중국 우한시장에서 불법매매된 박쥐 혹은 박쥐를 먹은 밍크에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 사실 인간이 박쥐나 야생 오소리, 밍크, 뱀 등 야생동물과 접촉하는 건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 야생동물을 산 채로 잡아 먹는 등 특이한 식문화가 신종 바이러스를 자꾸 불러낸다. 사스와 메르스(중동호흡기중후군) 등 최근 발생한 신종 바이러스의 70%가량이 야생동물에서 시작됐다는 보고도 있다.
# 신종 전염병에 대한 정부의 방역대책은 모자란 것보다 지나친 게 낫다. 여러 재난 상황 초기에 정부가 너무 신중히 접근해 몇 번 골든타임을 놓친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선제적 대응을 표방했지만 결국 2차 감염을 막진 못했다. 뚫린 방역체계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 이럴 때일 수록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쓰고 손씻기를 생활화하는 등 위생 관리에 만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자신을 위해, 서로를 위해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2016년 영화 ‘부산행’에서 감염된 좀비떼로부터 공격을 받는 열차 뒤칸 사람들을 구조하는 대신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있다며 합심해 문을 걸어잠근 앞칸 승객들, 2013년 바이러스 재난영화 ‘감기’에서 바이러스 유발 도시지역을 폐쇄하자는데 찬성한 사람들이 오버랩된다.
진짜 나쁜 건 시민들의 불안심리를 파고들어 바이러스가 아닌 극도의 공포감을 확산하는 가짜뉴스들이다. 중국산 김치를 먹거나 감염자와 눈만 마주쳐도 바이러스가 옮는다는 등 바이러스에 대한 과장된 정보부터 “지하철역에서 의심환자가 쓰러졌다” “대중복합시설을 활보했다” “특정 병원이 폐쇄됐다” 등 거짓정보가 유튜브 등에 넘쳐난다. 자극적인 콘텐츠로 한철 대목을 노리는 세력이다. 여기에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마저 사회적 불안심리로 국민을 이간질하며 혼란을 부채질한다. 인간의 감춰진 탐욕이 바이러스보다 더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