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시설 옆 아파트 '피난 행렬'…'코로나 님비', 왜?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01.3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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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아파트 밀집지역 '님비 논란'…상권 쇠퇴설까지 돌지만 전파 확률 희박해

격리시설 옆 아파트 '피난 행렬'…'코로나 님비', 왜?


“이제 가족들과 피난 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정부의 우한 교민 격리 시설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이 내놓은 반응이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우한 교민 720명을 수용할 장소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님비’(NIMBY·코로나 님비)는 물론 ‘코로나 포비아’까지 과도하게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해당 지역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에 31일 전세기로 귀국한 우한 교민들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아산과 진천 주민들은 29일 해당 수용지로 가는 길을 트랙터로 막은데 이어 30일 아산 주민들이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지사를 향해 계란을 투척했다. 앞서 전날 진천을 찾았던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도 머리채를 잡히는 봉변을 당했다.

의료계는 감염격리시설이 지역사회에 바이러스를 전파할 확률은 희박하다고 선을 긋는다. 하지만 진천과 아산 주민들의 ‘포비아’는 막지 못했다. 지역 주민들은 아파트 커뮤니티·맘카페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왜 하필 우리지역이냐”, “시댁이나 친정으로 아이들을 보내겠다”는 글을 올렸다. 상인들도 “불경기에 폐업을 할까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충북 진천에서 네 자녀를 기르는 40대 직장인 A씨는 30일 “‘피난’을 고민하고 있다”며 “‘안전 불감증’ 때문에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면 지역이 통째로 ‘유령도시’가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분들은 우한이 폐쇄되는 항공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한국으로 귀국해 본인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무증상자”라며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아무 증세 없는 분들을 2주간 따로 생활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천안에서 진천·아산으로 선정 대상지가 바뀌는 등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주민들에게 불만과 공포감을 심어 우한 교민들이 전국 어디서나 ‘불청객’ 대우를 받는 신세가 됐다는 지적이다.

정치권도 포비아·님비 확산을 거든다. 오세현 아산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아산시는 이번 결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지방정부와 단 한 번의 협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북한에서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했는데, 우리 정부는 아직도 결정을 망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지나친 우려라고 일축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균이 공기 중에서 멀리 퍼져 나가기 어렵고, (격리 대상자들이)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여건이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 전파될 가능성은 절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격리를 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촉발될 수 있기 때문에 (님비 대신 우한 교민들을) 너그럽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의사 결정이 촉박하게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긴 했지만 정부가 미숙하게 대응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며 “지역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적절한 보상도 필요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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